검찰청 사라진 첫날…공소청 고소·고발 접수 중단에 민원 혼선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리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첫날, 일선 민원 현장에서는 달라진 형사사법 절차를 알지 못해 기존 검찰청 청사를 찾았다가 돌아가는 시민들이 잇따랐다. 특히 그동안 검찰청에 제출할 수 있었던 고소·고발장을 공소청에서는 더 이상 접수하지 않게 되면서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다시 이동해야 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일부 공소청에서는 전산 시스템과 인증 권한 문제까지 겹치면서 벌금 납부와 증명서 발급, 사건 조회 등 기존 민원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10월 2일부터 공소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 등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기존 검찰이 함께 담당했던 수사와 기소 기능은 나뉘어 대부분의 범죄 수사는 경찰이 맡고, 주요 중대범죄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한다. 공소청은 기소 여부 판단과 공소 유지 등 공소 업무를 담당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고소장 들고 옛 검찰청 찾았지만 “경찰이나 중수청으로”

형사사법체계가 바뀐 사실을 가장 먼저 체감한 곳은 민원 창구였다. 서울남부공소청을 찾은 80대 민원인은 사기 피해와 관련된 고소장을 제출하려 했지만 공소청에서는 더 이상 고소·고발장을 접수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은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해당 민원인은 앞서 경찰에서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접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뒤 기존 검찰청을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청 자체가 공소청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탓에 결국 다시 경찰서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서부공소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고령의 민원인이 직원에게 이곳이 검찰청이 맞는지 거듭 묻는 등 기관 명칭과 기능 변경 자체를 낯설어하는 사례가 있었다. 기존 검찰청 건물이 그대로 사용되는 곳이 많지만 기관의 법적 성격과 담당 업무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이름만 바뀐 것으로 생각하고 방문하면 원하는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

핵심적인 변화는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분리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경찰뿐 아니라 검찰청에도 고소·고발장을 제출할 수 있었지만 이제 공소청은 직접적인 범죄 수사를 담당하지 않는다. 일반 범죄 피해자는 원칙적으로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해야 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의 관할 범죄라면 중수청에도 직접 접수할 수 있다.

공소청은 기소·공소 유지, 중수청은 7대 중대범죄 수사

이번 개편에서 공소청과 중수청의 역할을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소청은 과거 검찰의 기능 가운데 기소 여부 판단과 공소 유지 등 공소 기능을 이어받는다. 반면 자체 수사권은 원칙적으로 갖지 않는다. 검찰에서 진행하던 직접수사 사건 역시 법에서 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경찰이나 중수청 등 해당 수사기관으로 넘기는 구조다.

중대범죄수사청법에 따라 신설된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기관이다.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와 법왜곡죄 등 7개 분야의 중대범죄를 담당하며, 관할 범죄에 대해서는 고소·고발장도 직접 받을 수 있다.

중수청 수사관은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만 법원에 스스로 영장을 청구하거나 피의자를 기소하지는 못한다. 강제수사를 위해 영장이 필요한 경우 공소청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수사가 끝난 사건도 공소청으로 넘겨 기소 여부 판단을 받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서로 다른 기관이 담당하도록 설계한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가장 큰 변화다.

기존 검찰이 이미 직접수사를 시작했던 사건은 원칙적으로 관할 수사기관에 이송된다. 다만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사건 특성상 당장 이송하기 어려운 일부 사건은 경과조치에 따라 공소청이 제한적으로 업무를 계속할 수 있으며, 이런 사건 역시 정해진 기간 안에 처리하거나 해당 수사기관에 넘기도록 규정돼 있다.

전산 권한 문제까지 겹쳐 벌금 납부·사건 조회 차질

기관 기능 변경만 혼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개청 첫날 일부 공소청에서는 전산 시스템 사용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서는 새 기관 전환에 맞춰 발급된 인증서의 권한 설정이 일부 직원에게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사건 조회와 민원인 자격 확인 등에 차질이 발생했다.

민원실은 전산 처리가 되지 않는 일부 서류를 우선 수기로 접수했다. 제출 기한이 정해진 서류의 경우 민원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서류부터 받은 뒤 전산 기능이 정상화되면 후속 처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일부 공소청에서는 벌금 납부와 증명서 발급, 사건 조회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민원인에게 이후 다시 방문하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있었다. 재판을 앞두고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공소청을 찾았지만 전산에서 사건 자체를 조회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는 사례도 나왔다.

현장 안내 체계가 새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 모습도 있었다. 서울동부공소청의 민원 안내 키오스크에는 개청 첫날까지도 고소·고발장을 특정 창구에서 접수하도록 안내하는 기존 문구가 남아 있었다. 전날까지 가능했던 업무가 하루 만에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 만큼 직원들도 방문자에게 새로운 절차를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중수청도 완전한 준비 마치지 못한 채 첫 업무

중수청은 공소청과 비교하면 첫날 민원실이 상대적으로 한산했지만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에서 출범한 것은 아니었다. 행정안전부는 개청 직전 중수청이 총정원 2874명의 66.1% 수준인 약 1900명으로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부족한 인력은 향후 경력경쟁채용 등을 통해 충원할 계획이다.

전산 환경 역시 단계적으로 구축된다. 출범 초기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서는 사건 접수와 배당, 중대범죄 이첩 통보 등 일부 기능을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 기능은 추가 개통하는 방식이다. 자체적인 전산 시스템이 완전히 구축되기 전까지는 경찰 시스템을 중수청 업무에 맞게 조정해 활용하도록 했다.

개청 첫날 일부 현장에서는 별도의 접수증 양식이 준비되지 않아 접수 도장을 찍은 고발장 표지를 복사해 민원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접수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본청과 일부 지방청의 사무공간 공사가 계속되는 등 시설 문제도 남아 있다.

다만 중수청은 이날부터 실제 고소·고발 접수와 사건 선별 업무를 시작했다. 앞으로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 사건의 성격에 따라 어느 기관을 찾아가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일이다. 일반적인 범죄 수사는 경찰이 중심이 되고, 법에서 정한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담당하며, 수사를 마친 사건의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의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맡는다.

10월 2일 형사사법체계가 바뀌면서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변화는 기관 간 권한 배분보다 고소·고발장을 어디에 내야 하는지, 기존 사건은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 같은 민원 절차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개편 첫날 드러난 안내 부족과 전산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해소하고 경찰·중수청·공소청 사이의 사건 처리 절차를 안정시키느냐가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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