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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의 달콤한 역사: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프랑스 귀족을 거쳐 한국 뚱카롱까지

1. 마카롱, 작은 과자에 담긴 큰 이야기

마카롱은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디저트가 되었습니다. 카페 메뉴판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생일이나 특별한 날 선물용 디저트로도 자주 선택됩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은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사랑받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디저트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카롱은 단순히 ‘예쁜 과자’가 아니라, 긴 역사를 거쳐온 디저트이며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음식입니다.


2.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아몬드 과자

마카롱의 기원은 8세기경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도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수도원에서는 아몬드와 설탕, 계란 흰자를 단순히 섞어 작은 둥근 과자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마카롱’의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어 **‘maccherone(마케로네)’**는 ‘반죽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 단어에서 마카롱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중세 유럽에서 아몬드는 귀한 재료였고, 단맛은 권력과 부를 상징했습니다. 따라서 아몬드 과자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신분과 부의 상징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죠.


3. 프랑스로 건너간 마카롱 ― 왕실의 디저트

마카롱이 프랑스로 전해진 것은 16세기입니다.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문 가문 출신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그녀의 전속 요리사들이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를 프랑스로 가져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몬드 과자였고, 이 과자는 곧 프랑스 귀족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특히 프랑스 낭시 지방의 수녀원에서는 수도자들이 단순한 아몬드 과자를 굽기 시작했고, 이것이 **‘낭시 마카롱’**으로 불리며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시기 마카롱은 지금처럼 두 개의 껍질 사이에 크림이 들어간 형태가 아니라,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든 단순한 과자였습니다.


4. 지금의 마카롱을 만든 파리의 라뒤레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프렌치 마카롱은 20세기 파리의 제과점 **라뒤레(Ladurée)**에서 탄생했습니다.
라뒤레의 파티시에였던 피에르 데스팡은 기존의 단순한 아몬드 과자를 응용하여, 두 개의 머랭 껍질 사이에 초콜릿 가나슈나 버터크림을 넣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이 새로운 스타일의 마카롱은 프랑스 전역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곧 ‘프렌치 마카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마카롱은 바로 이 라뒤레식 마카롱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마카롱이 가진 문화적 의미

마카롱은 단순한 과자를 넘어, 시대와 문화를 상징하는 디저트가 되었습니다.


6. 한국에서의 변주 ― ‘뚱카롱’의 등장

한국은 마카롱 문화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일반 프렌치 마카롱보다 크림을 훨씬 두껍게 넣은 **‘뚱카롱’**이 바로 그것입니다.
뚱카롱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워 SNS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고, 한국 마카롱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한국식 마카롱’을 체험해보고 싶어 일부러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마카롱은 한국에서 또 다른 문화적 재해석을 거치며 글로벌 디저트의 한 형태로 발전한 셈입니다.


7. 마카롱의 인기 비결

마카롱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1. 다양한 맛: 초콜릿, 바닐라 같은 기본 맛은 물론 녹차, 라벤더, 유자, 고구마 등 무궁무진한 변형이 가능합니다.
  2. 선물하기 좋은 크기: 한 입 크기의 아담한 디저트라 고급스러운 선물 세트로도 제격입니다.
  3. 예술적 비주얼: 색상과 장식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어,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디저트입니다.
  4. 문화적 스토리: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왕실과 수도원을 거쳐온 긴 역사를 지닌 디저트라는 점이 특별함을 더해줍니다.

8. 결론 ― 작은 과자의 긴 여정

마카롱은 단순한 ‘예쁜 과자’가 아닙니다. 수도원의 작은 아몬드 과자에서 시작해, 프랑스 왕실을 거쳐, 파리 라뒤레의 혁신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뚱카롱이라는 새로운 스타일로 다시 태어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은 과자는 단맛과 아름다움을 담아,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마카롱은 문화와 시대에 맞게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주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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