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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의 고도 경주, 세계를 잇다

    ― 2025 경주 APEC 문화페스티벌 현장 기록

    1. 경주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2025년 가을, 경주는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라의 고도 경주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문화행사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다.

    2005년 부산 APEC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문화로 여는 국제교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그 대표 프로그램이 바로 **‘APEC K-Culture Festival in Gyeongju(경주 APEC 문화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는 단순히 회의의 부속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한류 콘텐츠를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신라의 전통과 현대의 K-컬처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경주는 최적의 무대였다.


    2. APEC과 경주의 만남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1989년 창설된 지역경제협력체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며,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협력체다.

    한국은 1991년 정식 가입했으며, 2005년 부산에서 제13차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2025년에는 대한민국이 다시 개최국이 되었고, 주요 회의는 서울과 부산, 그리고 문화행사는 경주에서 분산 개최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경주는 **‘천년의 수도, 세계의 문화유산도시’**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경제 중심의 회의가 아닌 ‘문화 중심의 소프트 외교 무대’를 담당했다.


    3. APEC 문화페스티벌 개요

    • 행사명: 2025 경주 APEC 문화페스티벌 (APEC K-Culture Festival in Gyeongju)
    • 기간: 2025년 10월 10일 ~ 12일
    • 장소: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시민운동장 및 시내 일원
    • 주최: 경상북도, 경주시
    • 후원: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 주요 내용: K-POP 공연, 전통예술공연, 문화체험, 지역예술 전시, 관광 홍보 등

    4. 개막식 ― 천년의 빛으로 열리다

    10월 10일 저녁 6시, 황성공원 시민운동장은 화려한 조명으로 물들었다.
    무대 중앙에는 첨성대의 형태를 본뜬 구조물이 세워졌고, 그 위로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개막식 공연이 펼쳐졌다.

    행사는 경북도지사의 개막선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천년의 신라, 세계로의 비상’이라는 주제 영상이 상영되었고, 신라금관을 모티브로 한 LED 조명쇼가 하늘을 수놓았다.

    개막 무대에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특히 K-POP을 대표하는 그룹 NCT WISH, 원어스, 빌리, 에일리 등이 등장해 한국의 음악을 전 세계에 소개했다.
    이날 공연은 APEC 참가국의 외교관과 관광객 1만여 명이 현장에서 관람했다.

    공연의 후반부에서는 경주국악협회의 전통공연팀이 등장하여 ‘풍류 경주’라는 국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장구와 해금의 선율에 맞춰 LED 비주얼이 신라의 유적을 형상화하며, “과거와 미래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5. 문화로 만나는 세계 ― 체험과 교류

    페스티벌 기간 동안 황성공원 일대에는 ‘APEC 문화거리’가 조성되었다.
    이곳에서는 전통의상 체험, 한글 캘리그래피, K-뷰티존, 한식 시식 코너, 지역 특산품 전시관이 운영되었다.

    특히 외국인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신라복 체험존’이었다.
    관광객들은 황금관 모형과 한복을 입고 첨성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고, SNS에 #GyeongjuAPEC #KcultureFestival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다.

    한쪽에서는 경주 청년 창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푸드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삼국유사 속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 그리고 한류 음식을 결합한 ‘퓨전 한식’이 인기를 끌었다.


    6. 예술이 함께한 밤 ― APEC 예술제

    페스티벌 기간 중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인 **‘APEC 예술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지역 예술인과 해외 공연팀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 8월 21일: 가족 뮤지컬 「동경이의 마술피리」
    • 8월 22일: 국악 공연 「풍류 경주」
    • 8월 23일: 클래식 콘서트 「신라의 밤, 클래식이 흐르다」
    • 8월 24일: 시민 참여형 「신라왕경 가요제」

    특히 ‘신라의 밤, 클래식이 흐르다’ 공연에서는 경주시립교향악단과 지역 청소년 합창단이 협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 종료 후 야외광장에서는 불빛 드론쇼가 이어졌고, ‘GYEONGJU 2025’ 문구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7. 외국인 참가자들의 반응

    이번 APEC 문화페스티벌은 외국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일본 NHK, 미국 CNN, 베트남 VTV 등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문화가 조화를 이룬 도시 축제”로 평가했다.
    특히 CNN은 “K-POP과 전통 공연이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은 인상적이며, 경주가 한국의 문화수도임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APEC 참가국 관계자들은 “경제회의에서 느낄 수 없는 인간적 교류와 문화적 감동이 있었다”며
    “문화외교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8. 지역의 변화와 기대효과

    경주시와 경북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행사 기간 중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약 35만 명으로, 숙박업계와 음식점, 전통시장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방송 및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면서, 경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행사 이후 경주시 관계자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국제 문화교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경주는 APEC 이후에도 매년 국제 문화행사를 유치해 ‘세계 문화유산 도시’라는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9. 천년의 도시가 전하는 메시지

    경주의 이번 APEC 문화행사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이는 과거 신라가 동아시아의 문화 중심이었던 시절처럼,
    다시 한번 경주가 ‘문화로 세계를 잇는 도시’로 자리매김한 상징적 사건이다.

    신라의 황금문화를 품은 첨성대의 빛, 한류의 열기를 담은 무대, 그리고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함께 웃던 그 현장은
    ‘문화가 외교이고, 예술이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APEC 경주 문화페스티벌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불국사의 고요함, 동궁과 월지의 반사된 조명, 그리고 황성공원에서 들리던 음악의 잔향이
    하나의 메시지를 남긴다.

    “천년의 시간 위에,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