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가격이 몇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낮아지면서 국내 포도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2kg 소매가격이 1만원대로 내려왔지만 공급량 증가와 품질 편차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생산 현장에서는 추가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노지 출하 시기와 추석 수요가 맞물리면서 단기간에 많은 물량이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 관리와 출하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샤인머스캣 2kg 가격, 3년 전보다 41% 낮아졌다
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9월 샤인머스캣 2kg 소매가격은 1만6572원을 기록했다. 2023년 9월 2만8113원과 비교하면 41.1% 낮고, 평년 가격인 2만2879원보다도 27.6% 떨어진 수준이다.
8월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평균 소매가격은 1만9497원으로, 2023년 8월의 3만6905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한때 높은 가격 때문에 고급 선물용 과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로 내려온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이 줄었지만 농가에는 판매 단가 하락이라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가격 하락 원인, 생산량만의 문제는 아니다
샤인머스캣 가격 약세의 배경에는 재배 면적 확대와 생산량 증가가 있다. 높은 시세가 형성되던 시기에 재배 농가가 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도 빠르게 많아졌다.
하지만 공급 과잉만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충분히 익기 전에 출하된 상품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맛과 당도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달라진 것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샤인머스캣은 높은 당도와 식감이 상품 경쟁력의 핵심이다. 같은 품종을 구매했는데도 어떤 상품은 달고 어떤 상품은 밍밍하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가격이 저렴해져도 재구매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9월 출하 물량 집중되면 가격 더 내려갈 가능성
시장에서는 앞으로 공급되는 물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부터 비가림 재배와 노지 재배 샤인머스캣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석을 겨냥한 출하까지 겹치면 짧은 기간에 물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공급이 소비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이미 낮아진 가격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경북은 전국 포도 생산량의 60%를 담당하는 주요 산지이며, 지역 전체 포도 재배 면적 가운데 샤인머스캣 비중이 77%에 달한다. 특정 품종에 생산이 집중돼 있는 만큼 샤인머스캣 시세 변화가 지역 농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당도 16브릭스 이상만 출하…품질 신뢰 회복 나선다
경북도는 가격 하락과 출하 집중에 대응하기 위해 산지 농가, 농협, 산지유통센터 등과 함께 유통 구조 개선에 나섰다.
생산 농가는 적정 착과량을 관리하고 당도 16브릭스 이상, 송이 무게 400~1000g 기준을 충족한 상품을 출하하기로 했다. 농협과 산지유통센터도 물량이 들어오는 단계에서 품질 검사를 강화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의 유통을 줄일 방침이다.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가 다시 안심하고 샤인머스캣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일정한 품질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둔 대응이다.
저온저장 활용해 출하 시기도 나눈다
특정 시기에 공급이 몰리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저온저장 시설을 활용한 출하 분산도 추진된다. 수확한 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지 않고 저장 시설을 이용해 판매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충분히 익지 않은 과일을 서둘러 판매하는 조기 출하 관행도 줄일 계획이다. 미숙과가 저렴하게 유통되면 해당 상품뿐 아니라 전체 샤인머스캣 가격과 품질 이미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샤인머스캣 편중 줄이고 다른 포도 품종 확대
장기적인 대응책으로는 품종 다변화도 추진되고 있다. 샤인머스캣에 집중된 생산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글로리스타와 레드클라렛 같은 다른 포도 품종의 재배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글로리스타는 샤인머스캣보다 알이 크고 단맛이 강한 적포도이며, 레드클라렛은 씨 없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적색 포도다.
생산 품종이 다양해지면 특정 포도의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시장 가격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을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외 수출과 대량 소비처도 새로운 판로
국내에서 늘어난 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 시장 확대도 병행되고 있다. 대만과 미국, 캐나다 등으로 판로를 넓혀 올해 포도 수출량 1만 톤, 수출액 8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은 2071톤, 1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 물량은 85%, 금액은 44% 증가했다.
지역농협 물량을 연결하는 통합 수·발주 시스템을 확대하고 가공업체와 학교급식 등 대량 소비처를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내 일반 소매시장에 집중됐던 판매 경로를 여러 방향으로 넓혀 공급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다.
샤인머스캣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 회복
샤인머스캣 가격이 1만원대로 떨어진 현상은 단순한 과일 할인 이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재배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와 출하 시기 집중, 품질 편차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시장 구조 자체가 조정을 받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가격이 얼마나 더 내려가느냐뿐 아니라 16브릭스 이상 품질 기준과 미숙과 출하 제한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지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품종 다변화와 수출 확대, 출하 시기 분산까지 효과를 낸다면 소비자 신뢰와 농가 판매가격을 함께 회복할 수 있는지가 다음 과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