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의 주민등록 인구가 4년 만에 다시 5만명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말 4만8409명이던 인구는 올해 7월 말 5만660명으로 늘었다. 8개월 사이 2251명, 4.6% 증가한 것이다. 인구 감소가 장기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인구 반등 시점은 옥천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고 주민 1명당 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관외에서 옥천으로 들어온 인구는 3968명,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인구는 1312명으로 집계됐다. 전입에서 전출을 뺀 사회적 순유입은 2656명에 달한다.
다만 현재의 인구 증가를 그대로 장기적인 정책 성과로 해석하기에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경제적 유인이 사라진 이후에도 전입 주민이 옥천에 계속 거주하는지가 핵심이다. 결국 옥천의 실험은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왔는가’에서 ‘들어온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를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월 15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옥천 인구 흐름을 바꿨다
옥천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된다. 기본 원칙은 옥천군에 30일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주 3일 이상 실제 거주하는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원금은 현금이 아니라 옥천 지역화폐인 향수OK카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1인당 지급액만 보면 월 15만원이지만 1년으로 환산하면 180만원이다. 4인 가구라면 연간 720만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생활비 지출이 중요한 가구에는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를 결정할 때 고려할 만한 경제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첫 지급 규모에서도 사업의 크기가 확인된다. 옥천군은 첫 지급 당시 4만5411명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원씩 지급했고 총 지급액은 68억1165만원이었다. 지역 주민에게 지급된 지원금이 다시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사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사업은 주민 소득 지원과 함께 지역 내 소비 확대를 목표로 한다.
실제 첫 지급 이후 소비도 빠르게 이뤄졌다. 옥천군이 첫 지급 뒤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초기 지급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식당·카페를 비롯한 식음료점, 소매점, 주유소, 약국, 병원 등 지역 생활경제 영역에서 사용됐다. 이후 누적 사용률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기본소득이 단순히 계좌에 머무는 지원금이 아니라 지역 소비로 연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인구 변화는 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타났다. 시범사업 선정과 지급 계획이 알려지면서 전입이 빠르게 늘었고, 옥천군 인구는 올해 1월 말 정확히 5만명을 기록하며 2022년 2월 이후 4년 만에 5만명 선을 회복했다. 이후에도 2월 5만117명, 3월 5만259명, 4월 5만387명, 5월 5만423명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순유입 2656명인데 실제 인구 증가는 왜 2251명인가
옥천의 인구 통계를 이해하려면 전입·전출에 따른 사회적 증감과 출생·사망에 따른 자연적 증감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옥천으로 전입한 사람은 3968명이고 전출자는 1312명이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순유입은 2656명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출생자는 88명에 그친 반면 사망자는 500명으로 집계됐다. 출생보다 사망이 412명 많았던 것이다.
사회적 순유입이 자연감소를 상쇄하면서 옥천 전체 인구는 증가했다. 이는 현재 옥천의 인구 반등이 출생 증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 인구 유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 구성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20~40대 인구는 지난해 11월 1만1745명에서 올해 7월 1만2549명으로 804명 증가했다. 단순히 고령층의 주소 이전만으로 전체 인구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는 수치다. 향후 이들이 실제 취업·창업과 생활 기반을 옥천에 마련하고 장기간 거주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지역별로는 옥천읍의 변화도 뚜렷하다. 옥천읍 인구는 지난해 11월 2만8661명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직후인 12월 2만9314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5월 말에는 3만31명을 기록했다. 2013년 2월 3만명 아래로 내려간 뒤 약 13년 만에 다시 3만명 선을 회복한 것이다.
전입과 실제 정착은 다르다…실거주 확인이 중요한 이유
옥천 인구 증가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민등록상의 전입과 실제 생활 기반을 옮기는 정착을 구분하는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히 옥천에 주소를 두는 것만으로 지급되는 제도가 아니다. 옥천군은 30일 이상 주민등록과 함께 주 3일 이상 실거주를 기본 요건으로 두고 있다. 신규 전입자 등에 대해서는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한 뒤 지급하도록 했다.
첫 지급 과정에서도 이 기준이 적용됐다. 올해 1월 말 신청자 4만6605명 가운데 1194명이 처음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보류됐고, 이 가운데 1169명은 지난해 12월 2일 이후 전입한 주민이었다. 이들은 실거주 확인 절차를 거쳐 지급 대상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관리됐다.
이 같은 절차가 필요한 이유는 월 15만원이라는 혜택이 전입 자체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인구 이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업 목적과 연결되는 부분이지만, 주민등록만 이전하고 실제 생활은 다른 지역에서 이어가는 사례까지 정책 성과로 계산된다면 인구 증가 효과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효과를 판단할 때는 주민등록 인구뿐 아니라 전입자의 거주 지속 기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입 주민이 지역에서 소비하고 경제활동을 하거나 창업하고, 가족 단위로 생활 기반을 형성하는 단계까지 이어지는지가 장기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옥천군도 기본소득을 계기로 유입된 청년층의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면 지역에서 창업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사업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인구 유입의 출발점으로 삼되 일자리와 창업 등 정착 기반을 함께 마련하려는 흐름이다.
2027년 이후 인구가 옥천 기본소득 성과 가를 핵심 지표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문제의 모든 원인을 해결하는 정책은 아니다. 옥천의 통계에서도 출생 88명, 사망 500명이라는 자연감소 구조가 확인된다. 기본소득을 통해 외부 인구가 유입되더라도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 구조 자체가 즉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재정 문제 역시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올해 2월 첫 지급 이후 8월까지 8개월치 기본소득으로 약 568억원이 투입됐다. 사업비 분담 비율은 국비 40%, 충북도비 30%, 옥천군비 30%다. 시범사업의 인구·소비 효과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재정 규모 역시 향후 정책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는 비교적 빠른 소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8월 26일 기준으로 7개월치 기본소득 총지급액 496억9700만원 가운데 473억700만원이 옥천 지역에서 사용돼 95.2%의 사용률을 기록했다. 지역화폐 방식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의 지원금이 지역 안에서 소비되는 구조다.
결국 옥천 기본소득 실험의 성패는 단기 인구 증가와 지역 소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전후해 외부 인구 유입이 크게 늘었고, 4년 만에 인구 5만명 선이 회복됐으며 지역화폐 소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 질문은 더 장기적이다. 올해 들어온 주민이 내년에도 옥천에 거주하는지,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생활 기반을 유지하는지, 청장년층 증가가 일자리와 창업 등 실제 정착으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옥천이 맞은 변화는 인구감소 농촌 지역에서 기본소득이라는 경제적 유인이 실제 인구 이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동시에 인구를 불러들이는 정책과 주민이 머물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정책은 서로 다른 과제라는 점도 드러낸다. 5만명 회복이 옥천 인구정책의 결론이라기보다 장기 정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가까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