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제도 손질되나…체납·피부양자 논란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후납부 논란이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와 국고보조사업의 제도적 허점을 살펴보라고 지시하면서 건강보험의 체납 관리와 피부양자 자격, 보험료 부과 기준 등이 다시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핵심 쟁점은 외국인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보험료 부담과 혜택이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여부다.

이재명 대통령, 사회보장제도 전반 점검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외국인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 논란을 언급하며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국고보조사업에도 국민 상식과 공정 원칙에 맞지 않는 허점이 없는지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지시는 국민연금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건강보험 역시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이라는 점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건보료 체납해도 제한적 체류 연장 가능

건강보험료를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금이 붙고, 독촉 이후에도 체납이 계속되면 건강보험 혜택 제한과 재산 압류 등 강제징수 절차가 진행된다.

이 같은 기본적인 체납 처리 절차는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대체로 비슷하게 적용된다.

다만 외국인이 국내에 재산을 두지 않았거나 출국하는 경우에는 미납 보험료를 실제로 징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한 외국인 가운데 건강보험료 체납자는 1만2098명이었다.

이 가운데 체납 보험료를 납부하고 체류기간을 연장한 사람은 925명이었다. 반면 1만1169명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적인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받았으며, 연장이 불허된 경우는 4명이었다.

건보료 체납 외국인 최대 6개월 연장 가능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외국인도 일정 요건 아래 최대 6개월까지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같은 한시적 연장은 최대 세 차례까지 가능하다.

논란은 제한적인 연장 허가를 받은 뒤 체납자가 출국할 경우 발생한다. 국내에 압류할 재산이 없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악성 체납자 체류 허가에 정보 활용

외국인의 사회보험료 체납 문제는 한국만의 논쟁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115개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를 고의로 납부하지 않거나 체납 정도가 심한 외국인 정보를 출입국재류관리청에 제공하고 있다.

일본 출입국 당국은 최근 이 정보를 활용해 체납 외국인 가운데 27명의 체류를 허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도 사회보험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과 체류자의 생활 기반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영국은 비자 단계에서 의료비용 납부

영국은 장기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이 비자를 신청하는 단계부터 의료 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영국에 머물려는 사람은 비자 신청 과정에서 이민보건서비스 비용인 IHS를 납부해야 한다.

IHS를 납부하면 영국 공공의료체계인 NHS를 이용할 수 있다. 반대로 해당 비용을 내지 않으면 비자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한국의 건강보험료와 제도 구조는 다르지만 체류 자격과 의료비 부담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비교 사례로 거론된다.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6개월 거주가 원칙

외국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는 이미 한 차례 강화됐다.

정부는 이른바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 논란이 이어지자 2024년 4월부터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국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피부양자가 되려면 거주 기간뿐 아니라 소득과 재산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의 경우 해외에 보유한 재산과 소득을 국내에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혼인관계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외국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억8000만원 일용근로소득에도 건보료 0원 논란

보험료를 어떤 소득에 부과할 것인지도 건강보험 형평성 논쟁의 한 축이다.

과거 공개된 자료에서는 외국인 A씨가 일용근로소득으로 연간 9억8000만원을 벌었지만 해당 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문제는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예외는 아니다. 현행 보험료 부과 체계에서 일용근로소득 자체가 건보료 산정에서 제외돼 발생한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일용근로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놓고 정치권 공방

외국인 건강보험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중국 국적 가입자의 재정수지다.

국민의힘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의 누적 적자가 약 3500억원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재정수지가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20년 365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55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같은 통계를 두고도 장기간 누적 수지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 최근 개선 흐름에 무게를 둘 것인지에 따라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건강보험 개편의 핵심은 형평성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가 실제로 추가 개편될 경우 체납자의 체류기간 연장 기준, 해외 재산과 가족관계 검증 방식, 피부양자 자격 관리,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 확대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체 외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과 특정 국적 가입자의 수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흑자를 유지해왔고 중국인 가입자 역시 2024년에는 5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향후 제도 개편에서는 국적 자체보다 실제 보험료 납부 여부와 체류 상태, 소득·재산 수준, 의료 이용 정도를 기준으로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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