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를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로 유튜브 생중계 화면을 확인한 행위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근길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방송했던 유튜버는 1심에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표시된 스트리밍 화면도 법이 금지하는 영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항소심이 선고한 형은 벌금 10만원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단순히 운전 중 유튜브 방송을 했다는 사실보다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실시간 촬영 영상이 도로교통법상 ‘운전 중 표시가 금지되는 영상’에 해당하는지에 있다. 특히 1심은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화면과 이미 수신·재생되는 영상의 성격을 구분했지만, 항소심은 법의 문언과 개정 취지, 실제 휴대전화 사용 방식 등을 종합하면 표시 금지 대상의 범위를 그렇게 좁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23년 용산에서 운전하며 출근길 유튜브 생중계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는 10월 2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5세 유튜버에 대한 원심판결 가운데 일부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3년 11월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했다. 피고인은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을 촬영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다. 차량 내부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휴대전화 거치대가 설치돼 있었고, 거치된 휴대전화 화면에는 방송 중인 영상이 표시됐다.
방송 화면에는 유튜버 자신의 얼굴이 나오거나 차량 전방을 촬영한 모습 등이 나타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는 장면과 화면이 자신의 얼굴에서 차량 전방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바뀌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당시 이러한 행위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영상표시장치 관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단속했다. 이후 운전면허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 등을 포함해 여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함께 재판의 대상이 됐다.
1심은 왜 실시간 촬영 영상을 허용된 것으로 봤나
1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에서 운전 중 표시를 제한하는 영상의 범위를 영상표시장치를 통해 ‘수신하거나 재생하는’ 영상으로 해석했다.
피고인의 휴대전화 화면에 나온 영상은 인터넷에서 별도로 내려받거나 이미 저장된 영상을 재생한 것이 아니라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것이었다. 이에 1심은 이 같은 실시간 촬영 화면까지 법이 규정한 표시 금지 영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운전면허증 제시 거부 부분에서도 1심은 스트리밍 행위 자체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전제로 일부 혐의를 무죄로 봤다. 차량 주·정차와 다른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의 상황을 따져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1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사건은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항소심 “실시간 방송이라고 표시 금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어”
항소심은 영상표시장치와 관련된 도로교통법의 목적과 적용 범위를 1심보다 넓게 해석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 중 방송 등 영상물을 수신하거나 재생하는 영상표시장치를 통해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영상이 표시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든 화면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정지한 경우를 비롯해 내비게이션과 교통정보 안내, 긴급 상황 안내, 운전자가 차량의 좌우 또는 전후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영상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휴대전화에 표시된 스트리밍 영상을 단순한 후방카메라나 운전 보조 영상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방송 중 운전자가 휴대전화 화면을 직접 바라본 정황이 있었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던 화면을 차량 전방 영상으로 전환하는 등 휴대전화 화면을 조작한 모습도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해당 화면이 오로지 운전자가 자동차의 좌우 또는 전후방을 확인하도록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시간 촬영 영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상표시 금지 규정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번 판단은 차량 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이라는 형식 자체보다 실제로 어떤 목적으로 화면이 표시됐고 운전자가 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함께 살핀 결과로 볼 수 있다. 차량 주변을 확인하기 위한 운전 보조 화면과 방송 진행을 위해 표시되는 스트리밍 화면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면허증 제시 거부도 상황에 따라 유죄·무죄 갈려
운전면허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도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됐다. 경찰관이 실제 운전 중이던 피고인을 정차시킨 뒤 면허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반면 이미 차량 운행을 끝내고 주차까지 마친 뒤 운전면허증 제시 요구를 받았던 부분은 기존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같은 ‘면허증 제시 거부’라도 경찰의 요구가 이뤄진 시점과 당시 피고인이 운전 중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 것이다.
집회를 위해 앰프가 설치된 차량을 보도에 주차한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해당 주차 행위가 형식적으로 주·정차 금지 규정에 해당할 수 있지만 사전에 신고된 집회를 진행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사정 등을 고려해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과정에서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단속 경찰관의 요구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은 점과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인정된 일부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등도 함께 고려해 최종적으로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여부만이 아니라 화면에 무엇이 표시되고 운전자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거나 조작했는지가 실제 도로교통법 판단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운전 중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휴대전화를 거치해 놓았다는 사실만으로 일률적인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영상의 성격과 표시 위치, 화면 조작 여부, 운전 보조 목적에 해당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1심과 항소심의 판단 차이를 통해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