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 씨가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세 번째 행정소송에서 항소심까지 승소했다. 앞선 두 차례 소송에서 대법원 판단까지 받은 데 이어 이번 소송에서도 1심과 2심이 잇따라 유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장기간 이어진 비자 분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만으로 유 씨에게 즉시 비자가 발급되거나 곧바로 한국 입국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8-2부는 10월 2일 유 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세 번째 비자 거부 소송도 1심 이어 항소심 승소
이번 재판은 유 씨의 재외동포 체류자격 비자 발급을 둘러싸고 진행된 세 번째 행정소송이다. LA 총영사관이 2024년 6월 유 씨의 비자 발급을 다시 거부하자 유 씨는 같은 해 9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25년 8월 유 씨에게 내려진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자 발급을 거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과 유 씨가 받는 불이익을 비교했을 때 유 씨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LA 총영사 측이 이에 불복하면서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지만 서울고법 역시 1심의 결론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로 적어도 항소심 단계에서는 2024년 내려진 비자 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이 이어지게 됐다.
다만 항소심 판결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 당사자가 상고할 경우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유 씨와 LA 총영사관 사이에서 과거 진행된 비자 관련 소송도 대법원까지 이어진 바 있다.
2002년 미국 시민권 취득 이후 시작된 입국 제한
유 씨의 비자 분쟁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유 씨는 군 입대 의사를 밝혔지만 2002년 1월 해외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면서 병역 의무에서도 벗어났다.
이후 법무부는 유 씨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렸다. 유 씨는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2015년 8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체류자격 비자를 신청했지만 영사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유 씨에게 적용되는 옛 재외동포법 규정이었다. 과거 법률은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사람에 대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제한하면서도 일정 연령에 도달한 이후에는 다른 기준에 따라 체류자격 부여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유 씨는 자신이 해당 연령 기준을 충족한 만큼 재외동포 비자 신청에 대해 개별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LA 총영사관의 비자 거부를 상대로 장기간 소송을 이어왔다.
앞선 두 차례 소송은 어떻게 진행됐나
유 씨가 2015년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뒤 제기한 첫 번째 소송에서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유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과거의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영사관이 별도의 구체적인 판단 없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소송에서 유 씨가 승소한 뒤에도 비자는 발급되지 않았다. LA 총영사관은 다시 비자 신청을 심사한 뒤 발급을 거부했고, 유 씨는 이에 대해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두 번째 소송에서는 1심이 유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서울고법은 2023년 7월 유 씨가 승소하는 판결을 내렸고, 같은 해 11월 대법원이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
두 번째 소송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비자 자체를 직접 발급하라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었다. 법원이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면 행정기관은 기존 처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지만, 판결 취지에 따라 신청을 다시 심사하는 절차가 뒤따르게 된다.
실제로 두 번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뒤에도 LA 총영사관은 2024년 6월 유 씨에게 다시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내렸다. 유 씨가 그해 9월 세 번째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항소심 승소했다고 바로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유 씨가 실제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보면 항소심 승소와 실제 한국 입국 사이에는 아직 별도의 절차가 남아 있다.
현재 소송은 유 씨에게 비자를 즉시 발급하라는 판결을 구하는 절차가 아니라 LA 총영사관이 내린 사증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이다. 거부처분이 최종적으로 취소되면 영사관은 법원 판단의 취지를 반영해 비자 신청을 다시 심사해야 한다. 따라서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사실만으로 법원이 직접 비자를 발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또한 비자 발급 문제와 국내 입국 제한 문제도 완전히 같은 절차는 아니다. 유 씨에 대해서는 2002년부터 법무부의 입국 제한 조치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실제 입국까지 이뤄지려면 비자 발급 문제뿐 아니라 관련 입국 절차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이번 항소심 판결 역시 아직 확정판결이 아니다. LA 총영사 측이 상고하면 대법원에서 세 번째 소송의 최종 결론이 다시 가려지게 된다.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거나 대법원에서도 유 씨가 승소할 경우에는 2024년 6월 내려진 비자 거부처분을 토대로 한 현재의 법적 상태가 바뀌게 된다.
다만 과거 두 차례 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확인됐듯 법원에서 비자 거부처분 취소 판결을 받는 것과 실제 재외동포 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별개의 단계다. 두 번째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가 확정된 뒤에도 영사관이 다시 심사를 거쳐 발급을 거부했고, 그 처분이 현재 세 번째 소송으로 이어졌다.
결국 10월 2일 서울고법의 판결은 유 씨의 한국 입국이 확정됐다는 의미보다는 2024년 LA 총영사관이 내린 세 번째 비자 거부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 비자 발급과 한국 입국 여부는 이번 판결의 확정 여부와 이후 행정기관의 후속 절차를 더 지켜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