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파병 없다” 발표 뒤에도 종로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형태의 파병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청해부대의 임무 확대까지 명확히 배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19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집계로 오후 1시 기준 약 500명이 참가해 한국군이 전투병과 비전투병 등의 형태로 중동의 무력 충돌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서 쟁점이 된 것은 새로운 전투병력의 파견 여부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을 밝히면서도 이미 해외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의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청해부대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실제 임무의 범위와 다른 국가 군대와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은 전쟁 개입 파병에 선 그어…청해부대 강화는 검토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군사적 기여 문제에 대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쟁에 관여하는 형태의 군 자산 파견 역시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전쟁 불관여와 불개입 원칙을 계속 지키겠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국의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과정에서 현재 해외에 파견돼 해적을 비롯한 선박과 국민 안전 위협에 대응하고 있는 청해부대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청해부대의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파병은 배제하되 기존에 파견된 청해부대를 활용해 한국 선박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방안에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정부의 설명에서 중요한 구분은 전쟁 개입과 자국민·상선 보호 활동이다. 대통령은 외국군 지휘 아래 한국 장병을 배속하거나 전투병력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 전쟁 파병은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기존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를 조정하거나 강화하는 문제는 별도로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입장이 공개되면서 논쟁의 초점도 단순한 ‘파병 찬반’에서 청해부대가 앞으로 어떤 임무를 맡을 수 있는지로 이동했다. 정부가 전쟁 개입과 국민 안전을 위한 활동을 구분하고 있는 반면, 반대 단체들은 실제 분쟁 지역의 군사적 상황에서는 두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로에 500여 명 집결…청해부대 임무 확대에도 반대

‘미국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반대 긴급행동’은 19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집계로 오후 1시 기준 약 500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파병반대 긴급행동은 대통령이 언급한 청해부대의 ‘임무 강화’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청해부대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활동과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전투병 파견뿐 아니라 우회적인 형태의 군사 지원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의 문제 제기는 새로운 병력을 추가로 보내느냐는 문제에 한정되지 않았다. 이미 해외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가 변경되거나 확대되는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분쟁과 연관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49세 오아무개씨는 대통령이 전쟁 파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전투병과 비전투병을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을 언급한 대목 역시 추가적인 군사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창원에서 집회에 참석한 권지민씨도 대통령이 이미 청해부대가 파견돼 국민 안전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 부분에 주목했다. 권씨는 파병을 하지 않는다는 보다 명확한 답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에서 온 대학생 권아무개씨는 한국군 파병 문제와 함께 전쟁 자체에 반대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도 현장에 참여해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는 무력 충돌에 한국군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김준형 의원 “국회 결의안 필요”…정치권에서도 임무 확대 쟁점

집회에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국회의 동의 없이 기존 청해부대의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국회 차원의 파병 반대 결의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국회 역시 이에 맞춰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청해부대를 비전투 임무라는 이유로 활용하는 방식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집회에 참여한 이태호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통령이 전쟁에 참여하거나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청해부대가 현지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지원 업무와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파병에 반대하는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날 오후 7시부터 인근 광화문빌딩에서 1박 2일 일정의 투쟁을 예고했다. 파병반대 긴급행동 역시 청해부대의 임무 확대가 전쟁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쟁점은 ‘파병 여부’에서 ‘청해부대가 무엇을 할 것인가’로

정부와 파병 반대 단체의 입장을 함께 놓고 보면 현재 논쟁의 핵심은 전투병력을 새로 파견할 것인지 여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대신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은 기존 청해부대의 활동 강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의미하는지다. 정부는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 단체는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임무가 확대되면 전쟁 지원과 국민 보호 활동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향후 논의에서는 청해부대의 활동 지역과 임무 범위, 한국 상선 보호 방식, 다른 국가의 군사 활동과의 관계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병력을 보내지 않더라도 기존 해외 파견부대의 임무를 변경하는 방식이 어떤 성격을 갖는지를 두고 정부와 반대 측의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19일 집회는 이러한 문제를 정부의 기자회견 다음 날 거리로 끌어냈다. 참가자들은 종로에서 행진을 시작해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의 파병에 대해서는 정부의 원칙이 제시됐지만, 청해부대를 통한 상선·국민 보호 활동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국내 논쟁은 앞으로 청해부대의 구체적인 임무와 활동 범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를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