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크랙은 게임일까…AI 캐릭터 채팅이 흔든 게임의 경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캐릭터 채팅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게임과 비게임 콘텐츠를 구분해온 기존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스캐터랩의 ‘제타’와 뤼튼테크놀로지스의 ‘크랙’은 이용자가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서비스다. 전통적인 게임처럼 승패나 명확한 목표가 존재하지 않지만 이용자의 시간과 관심을 놓고 모바일 게임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특히 크랙은 2026년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의 메인 스폰서로 선정됐다. 게임사가 아닌 기업이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채팅 서비스가 게임산업의 대표 행사 전면에 등장하면서 단순한 챗봇인지, 새로운 형태의 게임 콘텐츠인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까지 명확하게 상정해 만들어진 규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AI가 이용자의 입력에 따라 이야기와 이미지, 관계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어디까지를 게임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산업과 법률 양쪽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제타 MAU 129만명…AI 채팅이 게임 이용시간과 경쟁

AI 캐릭터 채팅이 게임산업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이용 규모와 체류시간이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2026년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제타의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29만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누적 신규 설치는 337만건을 기록해 AI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높은 이용 규모를 보였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이용시간이다. 상반기 제타의 총 사용시간은 약 3억1천만시간, 이용자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약 40시간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질문하고 답변을 확인하는 생산성 AI보다는 캐릭터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가까운 이용 행태가 나타나는 셈이다.

크랙도 캐릭터와 이용자가 대화를 통해 관계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AI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다. 2024년 뤼튼 서비스 내부의 캐릭터 채팅 기능에서 시작해 2025년 4월 별도 웹·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독립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AI 채팅 서비스는 게임과 이용시간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여가 시간에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게임뿐 아니라 숏폼, OTT, 웹툰, 소셜미디어 등으로 이미 다양해졌다. 여기에 이용자에게 맞춰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생성하는 AI 캐릭터 서비스가 새로운 선택지로 추가된 것이다.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크랙을 2026년 메인 스폰서로 선정한 배경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됐다. 조직위는 AI와 내러티브를 게임산업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로 보고, 기존 게이머뿐 아니라 만화와 콘텐츠 이용자까지 지스타의 대상층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스타 2026은 오는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현행 게임산업법으로 AI 채팅을 게임물로 볼 수 있을까

이용 행태가 게임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해서 법적으로 곧바로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는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여가선용·학습·운동 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이를 이용하기 위한 기기와 장치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라 일반적인 PC·콘솔·모바일 게임뿐 아니라 아케이드 게임과 일부 오락기기도 게임물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쇼핑이나 플랫폼 서비스에 부가된 미니게임 역시 내용에 따라 게임물로 판단돼 관련 규제를 적용받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제타나 크랙 같은 생성형 AI 채팅 서비스는 기존 게임과 구조가 다르다. 서비스의 핵심은 이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사전에 설정된 캐릭터 성격과 프롬프트, AI 모델을 바탕으로 대화를 생성하는 것이다. 대화 과정에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거나 호감도와 같은 요소가 추가될 수 있지만 전통적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승리 조건이나 패배 조건, 정해진 장애물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현재 법 조문에서 사용하는 ‘오락’이나 ‘영상물’이라는 개념을 AI와의 대화 중심 서비스에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단순히 재미를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게임물로 본다면 일반적인 생성형 AI 챗봇이나 인터랙티브 콘텐츠까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

반대로 캐릭터 육성, 호감도, 가상 재화, 랭킹, 확률 요소, 이용자 선택에 따른 이야기 변화 등 게임에서 사용해온 설계 방식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AI 서비스가 계속 등장한다면 기존 게임과 완전히 다른 콘텐츠라고 구분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뿐 아니라 서비스의 주된 목적과 이용 방식까지 함께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승패가 없어도 게임인가…AI가 바꾸는 게임의 핵심 구조

게임을 다른 놀이와 구분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목표와 규칙, 장애물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캐나다 철학자 버나드 수츠는 게임을 불필요한 장애물을 자발적으로 극복하는 활동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골프에서는 작은 공을 직접 홀로 옮기면 훨씬 간단하지만 정해진 클럽을 사용해 먼 거리에서 공을 쳐야 한다. 체스 역시 말을 아무 곳이나 움직일 수 없고 각 기물의 이동 규칙에 따라 상대의 킹을 압박해야 한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는 적과 함정, 낭떠러지 같은 장애물을 통과해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에 비해 현재의 AI 캐릭터 채팅은 이러한 구조가 약하다. 이용자가 원하는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주요 목적이며 반드시 달성해야 할 최종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서비스에서 시간의 흐름이나 호감도 같은 시스템을 제공하더라도 AI가 만들어낸 대화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게임 디자인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생성형 AI의 발전은 이러한 구분 자체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텍스트 대화에 머물던 AI 캐릭터가 실시간 3D 공간에서 이용자와 함께 움직이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발전하면 기존 게임과 차이를 구별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구글 딥마인드가 2025년 공개한 월드 모델 ‘지니 3’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니 3는 텍스트로 환경을 설명하면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탐색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720p 해상도에서 초당 24프레임 수준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생성된 환경의 일관성을 일정 시간 유지한다.

지니 3 자체는 일반적인 상용 게임으로 개발된 서비스가 아니라 AI가 물리적 환경과 행동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월드 모델이다. 하지만 AI가 이용자의 요청에 맞춰 세계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고도화될 경우 미리 제작된 맵과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기존 게임과 AI가 플레이 중 세계를 생성하는 콘텐츠 사이의 경계는 더욱 흐려질 수 있다.

지스타부터 게임산업법까지…새로운 게임 정의가 필요한 이유

AI 캐릭터 서비스가 게임과 유사한 기능을 확대할수록 규제 문제도 함께 커진다. 게임물로 판단될 경우 국내에서는 등급분류와 이용자 보호 등 게임산업법에 따른 규율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엔터테인먼트 또는 일반 AI 서비스로 분류되면 적용되는 규제 체계가 달라진다.

특히 캐릭터 채팅 서비스에서는 선정적인 대화나 이미지, 연령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가 생성될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AI 채팅 서비스에는 호감도나 스탯, 가상 재화, 유료 결제 등 게임에서 익숙한 기능도 사용되고 있어 서비스 성격을 단순한 챗봇으로만 규정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중요한 기준은 AI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이용자가 서비스 안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규칙과 목표 아래 상호작용하며,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상과 진행 구조를 제공하는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논의는 게임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 확률형 아이템과 피해구제 체계 등 다양한 사안을 포함하고 있지만 생성형 AI가 빠르게 게임의 제작 방식과 이용 형태를 바꾸면서 ‘게임물의 정의’ 역시 장기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쟁점이 되고 있다.

크랙이 비게임 기업 서비스로서는 처음으로 지스타 메인 스폰서가 된 사실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의 제타와 크랙은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캐릭터 채팅 플랫폼에 더 가깝지만, 이용시간과 이용자층에서는 이미 게임과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실시간 3D 세계와 AI 캐릭터, 생성형 스토리, 게임 규칙이 결합되기 시작하면 게임과 AI 서비스의 구분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생성형 AI가 던진 질문은 특정 서비스 하나를 게임으로 분류할지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 미리 제작한 규칙과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만을 게임으로 볼 것인지, AI가 이용자의 행동에 따라 세계와 이야기 자체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경험까지 게임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앞으로 게임산업과 제도권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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