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67개 핵심점포 다시 매각…마트·부동산 분리 추진


회생계획 인가를 받은 홈플러스가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이번에는 현재 영업 기반인 67개 핵심점포 중심의 대형마트 사업과 폐점한 자가점포 부동산을 나눠 매각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과거 인수자를 찾지 못했던 상황에서 사업 규모를 줄이고 거래 구조를 유연하게 바꿔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을 다시 시험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르면 이번 주 잠재적인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문인 티저레터를 발송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9월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인가 이후 M&A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

관건은 실제 인수자가 등장할지 여부다. 홈플러스는 앞선 매각 과정에서도 대형마트 사업의 새 주인을 찾으려 했지만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37개 비핵심 점포를 정리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분리한 뒤 남은 사업을 중심으로 다시 매각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전과 조건이 달라졌다.

67개 핵심점포 사업과 폐점 부동산 19곳 따로 판다

이번 매각 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형마트 사업과 부동산을 하나의 거래로 묶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홈플러스 대형마트 사업은 67개 핵심점포를 중심으로 재편돼 있다. 매각 대상 잔존사업에는 대형마트를 비롯해 본사와 온라인 사업 등이 포함된다.

마트 사업과 별도로 폐점 점포 가운데 홈플러스가 직접 보유한 자가점포 19곳에 대한 부동산 매각도 추진된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에 따라 이들 비핵심 부동산을 순차적으로 처분해 채무 변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따라서 홈플러스 매각을 하나의 기업 전체를 통째로 넘기는 거래로만 볼 필요는 없다. 대형마트 영업망을 원하는 투자자는 67개 핵심점포 중심의 사업을 검토할 수 있고, 부동산 투자자는 폐점 자가점포를 개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구조다. 경우에 따라 마트 사업과 일부 부동산을 함께 인수하는 형태도 협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매각 일정은 회생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홈플러스는 2028년 2월까지 비핵심 점포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유성점과 동광주점 등 일부 점포는 조건부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야탑점과 서면점 등도 자산 처분 계획에 포함됐다.

다만 19개 자가점포의 지역 분포는 부동산 매각의 변수다. 서울에 있는 매각 대상은 중계점 한 곳이며 수도권 소재 점포가 6곳, 나머지 12곳은 지방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마트 영업 여부와 별개로 각각의 부동산 입지와 활용 가능성에 따라 매수자를 찾는 과정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왜 104개에서 67개로 줄였나…홈플러스 매각 조건의 변화

이번 M&A를 이해하려면 홈플러스가 매각에 앞서 사업 규모를 크게 줄였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홈플러스는 전체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수익 기여도가 낮은 37개 점포를 정리하고 67개 핵심점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다시 짰다.

37개 점포는 상품 공급 차질과 자금난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영업이 중단됐고 이후 폐점 대상으로 정리됐다. 반대로 남은 67개 점포는 홈플러스 대형마트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핵심 영업망으로 분류됐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회생기업 자금대출(DIP)을 활용해 핵심점포 영업 정상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슈퍼마켓 사업도 이미 떨어져 나갔다. 홈플러스는 올해 5월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이번 M&A는 익스프레스가 포함됐던 과거의 홈플러스 전체 사업구조와는 다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사업구조뿐 아니라 향후 인수 후보가 평가해야 할 자산의 성격도 바꿨다. 익스프레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이었다. 해당 사업이 분리된 이후 홈플러스에 남은 핵심 유통망은 대형마트 67개 점포와 온라인 사업 등으로 압축됐다.

홈플러스 측은 앞서 67개 핵심점포 재편과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인력 감축 등을 반영한 회생계획을 마련하면서 비용 구조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회사는 지난 6월 수정 회생계획을 제출하면서 회생신청 직전과 비교해 각종 비용을 약 1조2000억원 절감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번 재매각에서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된다. 이전 매각 시도 당시보다 점포 수와 인력, 고정비 부담이 줄어든 상태에서 인수자를 다시 찾기 때문이다. 반면 인수 대상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빠졌고 대형마트 산업 자체의 사업성을 새로운 인수자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여전히 거래 성사의 핵심 변수로 남는다.

청산가치 약 2조1000억원…인수가격의 핵심 기준

이번 홈플러스 매각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 가운데 하나는 약 2조1000억원이다. 올해 2월 말 기준 조사위원이 재산정한 67개 핵심점포 중심 마트사업의 청산가치는 약 2조1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회생기업 M&A에서는 매각을 통해 얻는 가치가 청산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가치보다 낮아지는 거래를 추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약 2조1000억원의 청산가치는 향후 인수 협상 과정에서 가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선 매각과 비교하면 몸값 기준도 달라졌다. 홈플러스가 더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던 시기에는 청산가치가 3조원을 웃돌았지만, 37개 점포를 정리한 뒤 67개 핵심점포 기준으로 사업 규모가 축소되면서 현재의 청산가치가 산정됐다.

67개 점포만 놓고 보면 조사 과정에서 계속기업가치가 약 2조4000억원, 청산가치는 약 2조800억원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핵심점포를 계속 운영하는 사업의 가치가 해당 자산을 청산하는 것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M&A 가격은 인수 후보의 사업성 평가와 거래 조건 등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

매각이 성사되면 회생계획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인가된 계획에 따르면 채권 종류에 따라 최종 변제까지 최장 10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 사업 양수도 대금이 확보되면 이를 재원으로 채권을 더 일찍 갚는 변경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결국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영업 정상화를 통해 67개 점포의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M&A를 성사시켜 채무 변제 기간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해졌다. 별도로 진행되는 폐점 자가점포 부동산 처분 역시 채무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회생계획의 한 축이다.

원매자 확보가 최대 변수…고용 승계도 거래 조건으로

거래 구조를 바꿨다고 해서 인수자가 바로 등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에도 잔존사업부문을 대상으로 M&A를 추진했지만 최종적인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공개경쟁입찰을 먼저 진행하기보다는 삼일회계법인이 잠재적 후보들에게 티저레터를 보내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티저레터는 M&A 초기 단계에서 매각 대상과 거래 구조 등 핵심 정보를 잠재적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자료다. 실제 거래 참여 여부는 이후 후보들이 사업성과 가격, 고용 문제,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결정하게 된다.

고용 문제도 홈플러스 M&A에서 빼놓기 어려운 쟁점이다. 대형마트 사업을 인수하는 거래는 점포만 사들이는 부동산 거래와 달리 영업 조직과 인력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특히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대규모 고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고용 승계 범위와 향후 운영 구조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에 병행되는 두 매각은 성격이 다르다. 폐점 자가점포 19곳은 부동산 처분이고, 67개 핵심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잔존사업 매각은 대형마트 영업망 자체를 넘기는 M&A다. 부동산 투자자와 유통사업 인수자의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가 이전보다 작은 규모로 다시 시장에 나온 것은 분명한 변화다. 37개 대형마트를 정리했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하림그룹 계열사에 넘겼다. 이제 남은 67개 핵심점포를 중심으로 사업을 유지하면서 부동산을 별도로 처분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매각의 최종 성패는 구조조정 자체가 아니라 실제 원매자 확보에 달려 있다. 약 2조1000억원의 청산가치를 감안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대형마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자금력과 사업 전략을 갖춘 후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용 문제와 기존 채무 변제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

삼일회계법인의 티저레터 발송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인가 이후 M&A를 다시 공식화하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은 투자안내문을 받은 후보 가운데 실제 인수 검토에 들어가는 기업이 등장하는지, 67개 핵심점포 사업과 폐점 부동산의 매각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 약 2조1000억원의 청산가치가 실제 거래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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