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세컨드하우스세’ 논란…고급주택 과세와 임대주택 확대 충돌



미국 뉴욕에서 고가의 비거주 주택에 추가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피에다테르(Pied-à-Terre)’ 과세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추진한 이 제도는 뉴욕에 별도의 주거지를 보유하면서 해당 주택을 주된 거주지로 사용하지 않는 소유주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다. 뉴욕시는 확보되는 재원을 주택과 공공서비스 등에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시행 과정에서 실제 거주자가 대상에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소송과 행정 절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맨해튼 센트럴파크 남쪽의 초고가 주택가인 ‘억만장자의 거리(Billionaires’ Row)’가 있다. 맘다니 시장은 지난 4월 이 일대의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를 배경으로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건물에는 시타델을 이끄는 켄 그리핀이 2019년 2억3800만 달러에 매입한 펜트하우스가 있다. 뉴욕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초고가 주택이 비거주용 자산으로 활용되는 문제를 과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 정책 추진의 출발점이다.

뉴욕 피에다테르 세금, 누구에게 얼마나 부과되나

피에다테르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주 거주지와 별도로 보유하는 도시의 세컨드하우스를 뜻한다. 뉴욕의 새 제도는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부동산세 인상이 아니라 주 거주지가 아닌 일정 가격 이상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재산세 성격의 제도다.

적용 기준은 주택 유형에 따라 다르다. 뉴욕시 재무당국이 산정하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콘도와 코옵은 100만 달러 이상인 비주거용 주택이 대상이 될 수 있고, 1∼3가구 주택은 5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비주거용 주택이 대상이다. 세율 역시 가격과 주택 유형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뉴욕주 예산에 포함된 제도는 연간 약 5억 달러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책을 둘러싼 찬반의 기준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맘다니 행정부는 고가의 두 번째 주택을 보유한 소유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이 주택난과 시 재정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소유주의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과 실제 과세 대상자를 판별하는 행정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따라서 현재 논쟁은 세금 자체뿐 아니라 누가 비거주 소유자인지를 시 당국이 어떤 자료와 절차로 확인해야 하는지까지 확대됐다.

실거주자까지 명단에 포함됐다는 주장…법정으로 간 과세 절차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뉴욕시 재무부가 잠재적인 과세 대상자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하면서다. 시는 약 1만7000명의 부동산 소유주에게 피에다테르 추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통지를 보냈다. 이와 함께 약 96만 건에 이르는 부동산 정보가 포함된 자료의 공개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발생했다. 일부 소유주는 자신이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데도 대상 후보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뉴욕시 주택 소유자 3명이 8월 스태튼아일랜드의 뉴욕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핵심은 피에다테르 세금 자체의 합법성이 아니라 뉴욕시가 과세 대상을 가려내는 과정이었다. 원고 측은 시 당국이 먼저 비거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도 소유주에게 자신의 집이 주 거주지라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부담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8월 10일 과세 시행 절차를 일시적으로 막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뉴욕시가 항소하면서 상황이 다시 달라졌다. 이후 항소법원은 시가 관련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했고, 소송 자체는 이어졌다. 이 때문에 피에다테르 과세가 법원 결정으로 최종 폐지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현재의 법적 분쟁은 시행 과정과 행정 절차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뉴욕시는 논란이 커지자 과세 가능성이 있는 소유주의 범위를 다시 조정했다. 처음 약 1만7000명에게 안내가 이뤄졌지만 이후 최신 자료 등을 반영하면서 대상 후보군이 약 1만800명 수준으로 축소됐고, 소유주가 실거주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기한도 10월 6일까지 연장됐다. 이는 제도의 과세 기준과 별개로 실제 행정 집행 과정에서 상당한 수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논쟁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법원의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온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정책을 ‘위험한 정치적 실험’이라고 비판하면서 연방정부가 이를 막을 법적 권한이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이며, 뉴욕시는 과세 제도를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맨해튼 월세 5295달러…세컨드하우스 과세와 임대시장 논쟁

피에다테르 과세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뉴욕의 임대시장이다. 반대 측에서는 고가 주택을 보유하려던 부유층이 매입 대신 임차로 이동할 경우 고급 임대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뉴욕의 전체 임대료 상승을 새 세금 하나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임대시장에는 주택 재고와 수요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코코란그룹의 2026년 7월 자료에 따르면 맨해튼의 월 임차료 중간값은 5295달러로 집계됐다. 6월과 같은 수준이면서 당시 기록적인 고점이었고, 2025년 7월과 비교하면 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맨해튼의 임대 매물은 5198건으로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계약 건수는 5167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3% 증가했다.

따라서 5295달러라는 임차료 수치는 뉴욕 주거비 부담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주지만, 이것만으로 피에다테르 과세가 임대료 상승을 일으켰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코코란의 시장 자료에서도 제한된 공급과 임차 수요가 가격 압박의 주요 배경으로 언급됐다. 세컨드하우스 과세 이후 초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매입·임차 선택이 실제 시장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적인 거래 자료를 통해 확인할 부분이다.

퀸스 ‘오리온 프로젝트’…약 1000가구 주택 공급 추진

맘다니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거정책의 다른 축은 주택 공급 확대다. 뉴욕시는 퀸스 롱아일랜드시티 헌터스포인트사우스의 장기간 비어 있던 시 소유 부지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오리온(The Orio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는 3개 동으로 구성된 약 1000가구 규모의 주거시설이 조성된다. 공개된 개발계획 기준으로는 980가구가 예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저렴한 주택으로 공급된다.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과 실내 수영장, 상업시설 등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주택별 공급 대상도 동일하지 않다. 원본 보도에서 패트릭 러브 뉴욕시 주택보존개발국(HPD) 개발 담당 부국장은 세 건물 가운데 한 곳은 뉴욕시 지역 중간소득의 30∼80%에 해당하는 계층을 위한 서민형 임대주택으로 구성되고, 나머지 건물들도 각각 일정 비율을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소득계층이 하나의 개발지역에 함께 거주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시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피에다테르 세금과 오리온 프로젝트는 뉴욕의 주택 문제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루고 있다. 하나는 고가의 비거주 주택에 추가 세금을 부과해 재정을 확보하는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개발 사업이다. 뉴욕시는 추가 세수를 주택과 학교, 경찰·소방 등 공공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데 활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피에다테르 세금은 연간 약 5억 달러의 세수 확보가 예상되지만 실제 규모는 제도의 시행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다. 법원이 과세 시행 절차를 둘러싼 소송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뉴욕시가 실제 거주자와 세컨드하우스 소유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새 세금과 주택 공급 정책이 뉴욕의 주거비와 재정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다. 피에다테르 과세는 이미 시행 단계에 들어갔지만 행정 대상과 절차가 조정되고 있어 최종적인 정책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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