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먹는 비만약 경쟁 본격화…일동·종근당·셀트리온 추격



주사제가 주도하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 ‘먹는 비만약’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파운다요가 실제 처방시장에서 맞붙고 있다. 전체 처방량에서는 먼저 출시된 위고비필이 앞서지만, 후발주자인 파운다요가 신규 환자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시장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9월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파운다요(성분명 오포글리프론)는 미국 출시 약 5개월 만에 경구 비만치료제를 처음 사용하는 신규 환자의 30% 이상을 확보했다. 반면 전체 처방량에서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필이 상당한 격차로 앞서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동제약과 종근당,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들도 경구용 GLP-1 계열 또는 차세대 다중작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 제품이 출시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주사를 알약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흡수율과 투여량, 복용 편의성, 안전성, 다중 기전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개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고비필 처방 18만건 넘어…파운다요는 신규 환자 30% 확보

먹는 비만약 시장을 먼저 연 것은 노보노디스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5년 12월 22일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 위고비를 체중 관리 목적으로 승인했다. GLP-1 계열에서 비만 관리를 적응증으로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는 2026년 1월 미국에서 위고비필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가 FDA 승인 당시 공개한 OASIS 4 임상시험에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은 평균 16.6%의 체중 감소 결과를 보였다. 기존 주사형 GLP-1 치료제를 이용하기 어려워하거나 주사 투여를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 알약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일라이릴리가 합류했다. FDA는 4월 1일 일라이릴리의 저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 오포글리프론을 파운다요라는 제품명으로 승인했다. 미국에서는 4월 초부터 공급이 시작됐으며 이후 소매 약국과 원격진료 채널까지 판매망이 확대됐다.

두 제품은 모두 1일 1회 복용하는 GLP-1 기반 비만치료제지만 약물의 형태와 복용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위고비필은 펩타이드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경구제로 만든 제품이다. 반면 파운다요의 오포글리프론은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 기반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일라이릴리는 파운다요가 음식이나 물 섭취 시간에 따른 제한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처방시장에서는 위고비필의 선점 효과가 뚜렷하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 자료를 기준으로 최근 위고비필의 미국 주간 처방량은 약 18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파운다요는 약 4만7500건으로 위고비필이 약 3.9배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신규 환자로 범위를 좁히면 흐름이 다르다. 일라이릴리는 파운다요가 미국에서 경구 비만치료제를 새로 시작하는 환자의 30%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체 누적 처방에서는 위고비필이 앞서 있지만 4월 출시된 후발 제품이 새로운 환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국 먹는 비만약 시장은 단순한 출시 경쟁에서 실제 환자 확보 경쟁으로 넘어갔다. 향후에는 체중감량 효과뿐 아니라 복용 조건, 부작용, 가격과 보험 적용, 공급 능력 등이 처방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일동제약 ID110521156, 글로벌 임상 2상과 기술이전 병행

국내에서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경구용 비만치료제 가운데 하나는 일동제약의 ID110521156이다. 이 후보물질은 1일 1회 복용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저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일동제약이 공개한 임상 1상 결과에서는 4주 투약 후 200㎎ 투여군에서 최대 13.8%, 평균 9.9%의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회사는 혈중 유효농도가 18시간 이상 유지되면서 체내 축적성이 나타나지 않은 약물 프로파일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의 다음 과제는 임상 2상이다. 회사는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후속 개발을 진행하면서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가능성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모든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기보다 적절한 파트너를 확보하면 개발 비용을 분담하고 해외 임상과 상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개발 계획에서는 2027년 1분기 글로벌 임상 2상 IND 제출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동시에 임상 2상에 들어가기 전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회사는 임상 디자인과 투자 유치, 파트너링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강조하는 또 다른 부분은 장기간 복용 가능성이다. 비만치료제는 단기간 투여보다 장기적인 체중 관리 과정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복 투여 시 안전성과 약물 축적 여부가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 일동제약은 임상 1상 이후 추가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후속 임상과 라이선스 아웃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흡수율·저용량, 셀트리온은 다중작용으로 차별화

종근당은 CKD-514를 통해 경구 비만치료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개발 방향의 핵심은 약물의 용해도와 경구 생체이용률을 개선해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약효를 확보하는 것이다.

종근당이 공개한 비임상 연구에서는 CKD-514가 오포글리프론보다 낮은 투여량에서도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으며 혈당을 낮추는 효과도 확인됐다. 종근당은 신약개발 자회사 아첼라를 통해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6년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구용 치료제에서 생체이용률은 중요한 개발 요소다. 주사제와 달리 알약은 소화기관을 통과하고 체내로 흡수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약물 농도를 확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같은 효과를 더 적은 투여량으로 얻을 수 있다면 복용 편의성과 제조 측면에서 차별화 가능성이 생긴다. 종근당이 CKD-514에서 저용량과 높은 경구 흡수율을 강조하는 이유다.

셀트리온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하나의 GLP-1 수용체만을 겨냥하는 단일 작용제가 아니라 GLP-1 수용체를 포함한 여러 타깃에 동시에 작용하는 경구용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4중 작용 주사형 비만치료제 CT-G32와 다중작용 경구제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경구제의 경우 제형과 분자 설계를 조정하면서 약물의 안정성과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목표는 2028년 하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이다.

셀트리온이 경구제에서 다중작용 기전을 선택한 것은 이미 시장에 진입한 위고비필과 파운다요 등 단일 GLP-1 수용체 중심 제품과 다른 개발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다. 회사는 체중 감소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개선하는 ‘계열 내 최고’ 신약 개발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비만치료제 전략은 경구제 하나에 한정되지 않는다. 4개 타깃에 동시에 작용하도록 설계한 주사제 CT-G32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쥐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비임상 결과를 토대로 CT-G32의 글로벌 임상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구제는 이보다 개발 단계가 뒤에 있지만 장기적으로 두 제형을 함께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먹는 비만약 시장, 국내 개발사의 승부처는 무엇인가

위고비필과 파운다요가 미국에서 처방 경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국내 개발사에 기회인 동시에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자체가 차별화 요소였다면 이제는 실제 판매되는 경구 제품과 비교해 어떤 장점을 갖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전략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일동제약은 이미 확보한 임상 1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임상 2상과 해외 파트너링을 추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용해도와 생체이용률을 개선해 낮은 투여량에서도 효과를 내는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단일 GLP-1 작용을 넘어 여러 타깃을 동시에 겨냥하는 경구제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개발 일정도 서로 다르다. 일동제약 ID110521156은 글로벌 임상 2상 준비 단계이고, 종근당 CKD-514는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다중작용 경구제는 안정성과 생체이용률 개선 연구가 진행 중이며 2028년 하반기 IND 제출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임상시험 결과 비교를 넘어 실제 처방 데이터로 이동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필을 2026년 1월 미국 시장에 내놓았고 일라이릴리는 파운다요를 4월 출시했다. 9월 현재 위고비필은 주간 처방량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운다요 역시 신규 경구 비만치료 환자의 30% 이상을 확보하며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국내 후보물질이 실제 글로벌 제품으로 이어지려면 앞으로 임상에서 체중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대규모 개발을 수행할 자금과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이미 상용화된 제품이 존재하는 만큼 후발 후보물질은 효과뿐 아니라 투여량과 흡수율, 복용 조건, 장기 안전성 또는 새로운 작용 기전 가운데 분명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국내 먹는 비만약 개발 경쟁에서 당장 확인해야 할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ID110521156의 글로벌 임상 2상 진입과 파트너링이 다음 단계이고, 종근당은 CKD-514의 임상 1상 진입 여부가 첫 번째 관문이다. 셀트리온은 다중작용 경구제의 안정성과 생체이용률 연구를 거쳐 2028년 하반기 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고비필과 파운다요의 처방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제 ‘먹는 비만약 개발’ 자체보다 기존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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