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두고 ‘경기지사 방북 대가로 북한에 돈이 건너갔다’고 표현해 고발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지 약 1년 만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월 16일 한 의원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번 경찰 결정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책임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경찰은 언론 취재에 한 의원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토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봤으며, ‘방북 대가로 북한에 돈이 건너갔다’는 표현 자체의 진위를 별도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방북 대가’와 ‘방북 비용’이라는 표현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서 출발했다. 그 배경에는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있다. 따라서 한 의원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기존 법원의 대북송금 사건 판결, 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별도 형사재판은 서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동훈 의원은 왜 고발됐나
발단은 2025년 9월 한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언급하면서 올린 글이었다. 한 의원은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대가로 북한에 돈이 건너간 것이 사실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이 표현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한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국민소통위원장은 김현 의원이었다. 민주당 측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법원 판단에서 일부 송금이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명목이었다는 점이 인정됐지만, 이를 곧바로 이 대통령의 ‘방북 대가’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르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의원은 반대로 ‘방북 비용’과 ‘방북 대가’를 본질적으로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고발 방침이 알려진 뒤에는 자신을 고발한 민주당 측 관계자들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김현·전용기·김동아·양문석 의원을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
약 1년 뒤 나온 수서경찰서의 결론은 한 의원에 대한 혐의없음 불송치였다. 적용된 혐의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었으며 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한 의원은 불송치 결정이 나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 결정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대법원도 북한에 건너간 돈이 방북과 관련됐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자신이 제기한 무고 사건에 대한 처벌과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재판 재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 의원이 밝힌 이러한 평가는 한 의원 본인의 정치적·법률적 주장과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내린 결정의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한 의원에게 적용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며, 맞고발된 민주당 의원들의 무고 혐의가 성립한다고 확정한 결정은 아니다.
경찰 무혐의가 ‘방북 대가’ 표현의 사실 확정을 뜻하나
이번 결정에서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경찰이 무엇을 판단했는가다. 수서경찰서는 YTN 취재에 한 의원의 발언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검토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인지를 따졌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방북 대가로 북한에 돈이 건너간 것은 팩트’라는 한 의원 발언의 진위를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밝혔다.
따라서 ‘혐의없음’이라는 결과만을 근거로 경찰이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대가 지급 사실을 새롭게 인정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번 불송치 결정의 범위를 넘어선다. 반대로 한 의원의 해당 표현이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고발 사건 역시 경찰 단계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됐다.
형사사건에서 불송치 결정은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절차다. 이번 사건에서 공개적으로 확인된 불송치 사유는 증거 불충분이다.
이 지점은 한 의원의 맞고발 사건과도 연결된다. 한 의원은 민주당 측의 고발이 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신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혐의없음 결정을 받은 사실만으로 상대방의 무고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무고 사건은 고소·고발 내용과 고발 당시의 인식 등 해당 범죄의 성립 요건을 별도로 수사기관이 판단해야 한다.
한 의원 역시 불송치 이후 자신이 이미 무고로 고소했다며 민주당 측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향후 관련 수사 결과를 통해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한 내용은
한 의원의 발언과 민주당의 고발이 충돌한 배경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형사재판 결과가 있다. 이 사건은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왔다.
대법원은 2025년 6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부지사 사건에서 검찰이 제시한 대북송금 규모는 총 800만달러였다.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했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 측이 대신 지급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 내용이었다.
법원은 기소된 800만달러 전부를 외국환거래법상 불법 반출액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1·2심에서는 이 가운데 394만달러가 불법적으로 밀반출된 자금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 가운데 200만달러에 대해서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 전 부지사의 일부 혐의에 대한 판단을 거쳐 1심의 징역 9년 6개월보다 낮은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사와 이 전 부지사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형을 확정했다.
따라서 법원에서 확정된 것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형사책임과 그 사건에서 인정된 대북송금 관련 사실관계다. 이 대통령의 형사책임까지 이화영 전 부지사 판결을 통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한 별도의 사건으로 기소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구분은 이번 논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한 의원은 이화영 사건의 확정판결을 근거로 자신의 ‘방북 대가’ 표현이 정당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측은 이화영 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내용과 한 의원이 사용한 표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입장에서 고발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 명예훼손 사건에서 한 의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 대북송금 재판과 이번 결정은 별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 역시 별도의 형사재판 대상이다. 검찰은 2024년 6월 이 대통령을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됐다.
이 대통령 측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혐의를 부인해왔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가 유죄인지 여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확정판결이나 한 의원에 대한 이번 경찰 불송치 결정만으로 확정할 수 없으며, 이 대통령 본인의 형사사건에서 판단돼야 할 문제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해당 재판의 진행도 중단됐다. 수원지법은 2025년 7월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관련 재판에서 향후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기일 추정 결정을 내렸다. 현직 대통령의 형사상 소추와 관련한 헌법 제84조 적용 문제 등이 배경이 됐다.
한 의원은 이번 불송치 결정 이후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재판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 재개 여부는 한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해당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의 절차와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결국 9월 16일 수서경찰서 결정의 직접적인 의미는 한 의원이 2025년 사용한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대가’라는 표현과 관련해 제기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경찰 단계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됐다는 것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은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됐고,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과 관련한 일부 송금에 대한 법원 판단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별도의 재판 사안이다. 한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무고 고발 역시 별개의 수사 절차다.
따라서 향후 확인할 부분은 한 의원의 맞고발 사건이 어떤 결론을 내는지, 현재 중단된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언제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다. 이번 경찰 결정은 정치권에서 이어져 온 ‘방북 비용’과 ‘방북 대가’ 표현 논쟁의 한 단계에 해당하지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연결된 모든 형사사건의 법적 판단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