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본격화…금융권 반발 확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내년부터 실제 이동 단계로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의 이전 범위를 넓히고 속도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인력 이탈과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책은 단순히 일부 기관의 주소를 옮기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공공기관 약 350곳의 거취를 다시 검토하는 동시에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과 공공기관 통폐합까지 함께 추진된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전반의 대규모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 4분기 이전 계획 확정

정부는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 350여 곳을 대상으로 지방 이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 기관과 배치 방향은 올해 4분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정책의 기본 방향은 수도권 잔류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수도권에 남을 수 있도록 인정했던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수도권에 반드시 위치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 기관은 이전 대상으로 검토한다.

기관을 전국에 분산시키기보다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관련 기능을 모으는 방식도 추진된다. 지역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을 연결해 이전 기관이 지역 성장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청사 완공 기다리지 않고 내년부터 선도 이전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과거보다 이동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1차 이전에서는 새 청사를 건설한 뒤 기관이 이동하면서 실제 이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정부는 이번에는 민간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청사 건설이 끝나기 전이라도 내년부터 선도 기관의 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먼 거리로 이동하거나 조기에 이전하는 기관과 직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주거비를 비롯해 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과 관련한 지원책을 마련해 이전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법무부 등 중앙행정기관도 세종 이전 추진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도 진행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적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이전 여부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기관도 있다.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일부 기관의 거취는 올해 4분기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이전 가능성에 금융권 반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금융 공공기관이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이 이전 대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금융권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찰의 비공식 추산으로 약 1만5000명이 참석했으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조합원들도 대규모로 참여했다.

금융노조는 금융회사와 전문인력이 한 지역에 모이면서 만들어지는 집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기관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면 기관 간 협업과 정보 교류가 어려워지고 금융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본사 이전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추진하기 전 노조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금감원 임직원 1720명도 지방 이전 반대 탄원

금융감독원 노동조합도 지방 이전 반대 움직임에 합류했다. 금감원 노조는 임직원 172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금감원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문인력 이탈과 금융소비자 대응 능력이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이 지방 이전 과정에서 조직을 떠날 경우 감독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서울과 감독기관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 경우 금융사고나 소비자 피해 발생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 경쟁력 사이의 충돌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 혁신도시에 기관을 모으고 지역 산업과 연결하면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와 인구 유입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일반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같은 기준으로 이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회사와 감독기관, 정책금융기관 사이의 접근성이 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된다는 것이 반대 측의 핵심 논리다.

결국 향후 논쟁은 지방 이전 필요성 자체보다 어떤 기관을 어디까지 이전 대상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싸고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109개 감축도 동시에 추진

정부는 지방 이전과 별도로 공공기관 구조 개편에도 나선다. 유사하거나 중복된 업무를 합치고 기관 기능을 다시 배치해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109개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발전 분야에서는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는 4개 항만공사도 단일 기관으로 합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기관 간 비슷한 기능을 조정하거나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의 조직 구조를 대폭 손질할 예정이다.

4분기 발표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분수령

현재 단계에서는 수도권 공공기관 약 350곳이 검토 대상이라는 큰 틀만 제시된 상태다. 개별 기관의 실제 이전 여부와 이전 지역은 올해 4분기 발표될 세부 계획에서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특히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같은 금융 관련 기관의 포함 여부는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사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내년부터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지역 배치 원칙뿐 아니라 직원 정주 지원, 전문인력 이탈 문제, 노조와의 협의, 기관별 업무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