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부캉이’ 정체는 흑상어…3m 암컷 최종 확인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장기간 관찰되며 관심을 모은 상어 ‘부캉이’의 정체가 멸종위기종인 흑상어로 최종 확인됐다. 발견 초기에는 외형이 비슷한 무태상어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국립수산과학원이 근접 촬영 영상과 신체적 특징을 정밀 분석한 결과 흑상어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특징이 확인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0월 6일 부캉이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제1등지느러미와 제2등지느러미 사이에 뚜렷한 융기선이 발달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흑상어로 최종 판정했다고 밝혔다. 주변 지형지물과 비교해 추정한 몸길이는 약 3m이며, 배쪽 생식기 형태를 분석한 결과 암컷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로 확인된 결정적 특징

부캉이는 지난 9월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에는 흉상어속에 속하는 무태상어 또는 흑상어로 추정됐다. 두 종은 전체적인 체형과 외형이 상당히 비슷해 멀리서 육안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수과원이 종을 특정하기 위해 주목한 부분은 두 개의 등지느러미 사이였다. 근접 촬영 영상을 살펴본 결과 부캉이의 제1등지느러미와 제2등지느러미 사이에서 줄기처럼 도드라진 구조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 구조를 융기선이라고 한다. 제1등지느러미와 제2등지느러미 사이에 발달하는 외형적인 특징으로, 겉모습이 비슷한 무태상어와 흑상어를 판별할 때 중요한 구분 기준이 된다. 수과원은 영상에서 확인한 융기선을 근거로 부캉이가 흑상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확인은 단순히 상어 한 마리의 이름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처음 발견된 뒤 무태상어와 흑상어 가운데 어느 종인지 명확하지 않았던 개체를 근접 영상과 외형적 특징을 통해 구체적으로 판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두 종처럼 외형적 차이가 크지 않은 상어류는 세부적인 신체 구조를 확인하는 과정이 종 판별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몸길이 약 3m 암컷…흑상어는 어떤 상어인가

수과원은 부캉이의 종뿐 아니라 개체의 크기와 성별도 분석했다. 촬영된 영상 속 주변 지형지물과 상어의 크기를 비교한 결과 체장은 약 3m로 추정됐다. 또한 배쪽 생식기의 형태를 확인해 암컷 개체로 특정했다.

흑상어의 학명은 Dusky shark다. 유선형의 몸과 둥근 주둥이를 가진 대형 상어류로, 몸길이가 최대 4.2m까지 성장할 수 있다. 주로 수온 19~28도의 비교적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며 계절에 따라 장거리를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부산 북항에서 발견된 부캉이가 약 3m라는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소형 상어가 아니라 상당한 크기의 대형 개체에 해당한다. 다만 흑상어는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며 일반적으로 사람을 피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상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야생 개체의 보전 상황 때문이다. 이 종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번식률도 낮아 개체수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여기에 남획이나 연승 어업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잡히는 혼획에 취약하다.

이 같은 요인이 겹치면서 최근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고,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위기(EN) 등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따라서 부산 도심 인근 해역에서 관찰되고 있는 부캉이는 단순한 대형 상어 출현 사례를 넘어 보호 필요성이 높은 흑상어 개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학계 보고…여러 연안에서 출현 확인

국내에서 흑상어가 별도의 종으로 구분되기 시작한 과정도 주목할 부분이다. 과거 국내에서는 흑상어가 무태상어와 같은 종으로 인식됐지만, 2019년 국내 미기록종으로 학계에 보고되면서 별도의 종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흑상어의 출현은 특정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경남 남해를 비롯해 강원 삼척, 전남 신안, 제주, 부산 인근 해역 등 우리나라 여러 연안에서 흑상어가 확인됐다. 이번 부산 북항 부캉이 역시 국내 연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대형 상어류 출현 사례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는 처음부터 종이 명확하게 확인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9월 18일 최초 발견 이후 외형이 유사한 무태상어와 흑상어가 후보로 거론됐고, 이후 근접 영상이 확보되면서 융기선 같은 세부 특징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발견 단계의 추정에서 영상 분석을 통한 최종 동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수과원이 대형 상어류 출현을 지속적으로 조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상어의 존재 여부만 확인해서는 정확한 종과 개체 특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출현 위치와 개체의 외형, 이동 상황 등을 계속 관찰해야 국내 연근해에서 어떤 대형 상어류가 나타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수과원, 부캉이 유영 행동과 건강 상태 계속 관찰

흑상어로 최종 확인된 이후에도 부캉이에 대한 관찰은 계속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부캉이의 유영 행동과 건강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관찰 과정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에는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력해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종 판별이 완료됐지만 앞으로의 이동이나 건강 상태 등을 지켜보는 과정이 남아 있는 셈이다.

권순욱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대형 상어가 출현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앞으로 혼획 조사 등을 통해 대형 상어류의 출현 현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관련 생태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캉이는 부산 북항에서 처음 발견된 지 약 보름 이상이 지나면서 단순한 미확인 상어에서 정확한 종과 성별, 크기까지 분석된 개체가 됐다. 약 3m 크기의 암컷 흑상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이 개체가 북항에서 어떤 유영 행동을 보이는지와 건강 상태에 변화가 있는지 등이 주요 관찰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무태상어와 흑상어처럼 육안으로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종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근접 영상과 세부 신체 특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부캉이 사례 역시 두 등지느러미 사이의 융기선이라는 작은 차이가 최종적으로 종을 가르는 핵심 단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