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다시 맡을 가능성이 반도체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회사는 2021년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스냅드래곤8 1세대를 둘러싼 발열과 전력 효율 논란 이후 첨단 공정 협력이 크게 줄었지만, 최근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의 수율이 개선되면서 다시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와 퀄컴은 2나노 공정을 놓고 사양과 가격, 설계 최적화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퀄컴이 TSMC와 삼성전자를 함께 활용하는 이원화 생산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실제 물량 배정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2나노 수율을 70% 안팎까지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또 하나의 분기점은 오는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리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서밋 2026’이다. 퀄컴이 차세대 플래그십 스냅드래곤 제품군과 향후 제품 전략을 공개할 예정인 만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참여 여부 역시 이 행사를 전후해 보다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스냅드래곤8 1세대 이후 멀어진 삼성전자와 퀄컴
삼성전자와 퀄컴은 과거 오랜 기간 모바일 AP 생산에서 협력해온 관계였다. 그러나 양사의 파운드리 협력은 2021년 말 공개된 스냅드래곤8 1세대를 계기로 큰 변화를 맞았다.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서 전량 생산됐으며 이듬해 갤럭시S22 시리즈를 포함한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이후 실제 제품에서 발열과 전력 효율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고, 퀄컴은 후속 모델인 스냅드래곤8+ 1세대부터 생산 파트너를 TSMC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후 퀄컴의 최상위 모바일 AP는 스냅드래곤8 엘리트 계열까지 사실상 TSMC가 주도적으로 생산해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로서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반도체 설계업체 중 하나인 퀄컴의 플래그십 물량을 잃으면서 선단공정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첨단 공정에서는 단순히 회로 선폭을 줄이는 것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설계로 웨이퍼를 생산했을 때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인 수율이 충분히 높아야 고객사가 원하는 원가와 물량, 납기를 맞출 수 있다. 수율이 낮으면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불량 칩도 함께 늘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퀄컴이 삼성전자와 다시 협력하더라도 과거 4나노 공정에서 제기됐던 발열과 전력 효율 논란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 제품 성능과 양산 안정성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2나노 수율 50~60% 수준…70% 도달 여부가 관건
최근 협력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은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20%대에 머물렀던 삼성전자 2나노 공정 수율이 올해 들어 50~60% 수준까지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4월 삼성전자 2나노 공정 수율이 약 55%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같은 시기 TSMC 2나노 공정은 60~70% 수준으로 평가돼 여전히 차이가 존재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수율이 추가로 개선됐다는 관측이 이어졌지만, 대규모 플래그십 AP 생산을 맡기 위한 기준으로 거론되는 70% 수준에는 아직 확실히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 역시 2나노 사업 확대를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7월 30일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2나노 2세대 모바일향 양산에 들어가고, 선단공정과 인공지능·고성능컴퓨팅 분야의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2026년 2나노 수주 과제 수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AI·HPC 고객사의 2나노 프로젝트를 확보했고, 브로드컴을 비롯한 주요 고객과도 여러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퀄컴의 플래그십 AP 수주는 일반적인 파운드리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마트폰용 최고급 AP는 전력 효율과 발열, 최대 성능 모두에서 높은 수준의 공정 완성도를 요구한다. 따라서 퀄컴이 삼성 2나노에 의미 있는 생산 물량을 배정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선단공정 경쟁력이 다시 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TSMC 생산능력과 높은 가격도 삼성전자에 기회
수율에서는 TSMC가 앞서 있지만 생산능력과 가격은 퀄컴이 공급망을 다변화할 이유로 꼽힌다. TSMC 2나노 공정에는 애플을 비롯해 글로벌 대형 고객들의 주문이 집중되고 있으며 인공지능용 반도체 수요 증가로 3나노 이하 선단공정 생산능력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TSMC는 2나노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초기 물량 상당 부분을 애플 등 주요 고객이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 기업도 TSMC의 선단공정을 대규모로 사용하고 있어 향후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렌드포스는 TSMC의 2나노 생산능력이 확대되는 동시에 높은 가격도 고객사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2나노 웨이퍼 가격이 이전 세대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팹리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원가를 관리하기 위해 두 곳 이상의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전략을 검토할 여지가 커졌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파운드리 가동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회사는 2나노 외에도 4나노와 5나노 공정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부 생산라인 가동률이 크게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신규 주문을 대상으로 일부 첨단 파운드리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과거 주문 부족과 낮은 가동률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상황에서 벗어나 생산라인 가동률과 고객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TSMC의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수율과 충분한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면 퀄컴을 비롯한 글로벌 팹리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9월 22일 스냅드래곤 서밋이 첫 번째 분수령
시장에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서밋 2026을 중요한 일정으로 보고 있다. 퀄컴 공식 일정에 따르면 행사는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는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플랫폼과 관련 전략이 공개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차세대 플래그십 모바일 AP 제품군이 핵심 발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가 어느 제품의 생산을 어느 정도 맡을지는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가 물량을 나누는 공동 생산 가능성과 TSMC가 초기 플래그십 물량 대부분을 계속 맡는 방안이 함께 거론된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생산된 테스트 칩과 TSMC 제품 간 실제 성능, 전력 효율, 발열, 수율을 비교한 결과가 최종 생산처 선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퀄컴 전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일부 물량이나 특정 제품군을 수주한다면 의미는 작지 않다. 2021년 이후 사실상 끊겼던 퀄컴 최상위 AP 생산 협력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테스트 과정에서 수율이나 성능 안정성이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TSMC 중심의 생산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 파운드리가 이미 테슬라를 비롯한 신규 2나노 고객을 확보하고 올해 하반기 SF2P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퀄컴 협상의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고객 확대를 파운드리 사업 정상화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회사가 밝힌 올해 2나노 수주 확대 목표가 실제 대형 고객 물량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경쟁력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와 퀄컴의 2나노 협력 여부를 가를 핵심은 가격 자체보다 수율과 전력 효율, 발열 제어, 대량 생산 안정성을 동시에 입증할 수 있느냐에 있다. 삼성전자가 수율 70% 안팎의 안정적인 양산 구간에 진입한다면 퀄컴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맞물려 5년 만에 플래그십 AP 생산 파트너로 다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충분한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2021년 이후 형성된 TSMC 중심의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9월 22일 시작되는 스냅드래곤 서밋과 이후 공개될 생산 파트너 및 실제 제품 성능이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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