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필리핀 뉴클락시티 물 인프라 우선협상권 확보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필리핀 뉴클락시티의 대규모 상하수도 인프라 사업에서 본계약을 향한 핵심 단계에 진입했다. 수자원공사와 현지 수도사업자 메이닐라드 워터 서비스(Maynilad Water Services) 컨소시엄이 물 공급·하수처리 사업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인 OPS(Original Proponent Status)를 확보하면서다.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14일 필리핀 타기그시 기지전환개발청(BCDA) 본사를 찾아 조슈아 빙캉 청장으로부터 OPS 지위 수여서를 전달받았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BCDA 이사회가 지난 8월 28일 컨소시엄에 OPS를 부여한 사실이 먼저 발표됐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수자원공사가 해당 지위를 공식적으로 확인받았다.

사업의 핵심은 뉴클락시티에서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취수원에서 상수도 공급, 하수처리까지 연결되는 물 인프라를 구축한 뒤 장기간 운영·관리하는 민관협력(PPP) 방식이다. 전체 물 인프라 구축에는 1조 원대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에 추진되는 핵심 1단계 사업은 약 3500억 원 규모다.

뉴클락시티 물 인프라 사업, 무엇을 구축하나

뉴클락시티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지역에 조성되고 있는 국가 핵심 신도시다. 개발 면적은 94.5㎢에 달한다. 마닐라의 과밀 문제를 완화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주거·산업·상업 기능을 갖춘 미래형 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도시가 확대되려면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하수처리 시설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향후 주거시설뿐 아니라 산업시설과 데이터센터 등 물과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시설이 들어설 경우 도시 기반시설의 처리 능력이 투자 여건과도 직접 연결된다. BCDA는 올해 2월 사업 제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뉴클락시티의 물 수요가 당시 하루 약 2000만~3000만 리터 수준이며 향후 입주 시설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설명했다.

수자원공사가 밝힌 사업 계획은 장래 약 86만 명의 입주민에게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취수원 확보부터 정수와 공급을 담당하는 상수도 시설, 사용한 물을 처리하는 하수도 시설까지 물순환 전반을 하나의 사업 체계 안에서 구축하고 운영한다.

수자원공사가 제안한 기술에는 현지의 하천 유량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지하수저류댐, 정수처리 과정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인공지능(AI) 정수장, 관망에서 발생하는 누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스마트 관망관리 등이 포함됐다. 단순한 상하수도 시설 건설을 넘어 한국에서 적용해온 스마트 물관리 기술을 해외 신도시 인프라에 결합하는 방식이다.

OPS는 최종 수주와 어떻게 다른가…남은 절차는

이번에 확보한 OPS는 곧바로 최종 사업 계약이 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리핀의 민관협력 사업 절차에 따라 최초 제안자에게 부여되는 지위로, 이후 제3자가 더 나은 조건의 경쟁 제안을 제출하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OPS를 보유한 컨소시엄에 계약 경쟁에서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BCDA가 다른 민간 사업자의 제안을 받는 이른바 ‘스위스 챌린지(Swiss Challenge)’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최초 제안자인 수자원공사·메이닐라드 컨소시엄은 경쟁 제안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필리핀 현지 발표에서도 OPS 확보 이후 PPP 승인 절차와 스위스 챌린지를 거쳐 사업자 선정 단계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최종 계약’을 구분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경우 본계약 체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필리핀의 정해진 PPP 절차는 남아 있다. BCDA는 현지에서 필요한 승인과 경쟁 절차를 진행한 뒤 사업자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자원공사는 2024년 8월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이후 사업 구체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최종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고 BCDA와 기술·재무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쳤다. 현지 자료를 보면 수자원공사와 메이닐라드는 앞서 뉴클락시티의 장기 물 공급과 하수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BCDA에 제안했고, BCDA 이사회는 평가와 협상을 거쳐 지난 8월 28일 OPS 부여를 결정했다.

14일 열린 수여식은 이러한 절차를 거쳐 확보한 지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윤석대 사장은 수여식에 이어 조슈아 빙캉 BCDA 청장과 면담하고 물 인프라 사업의 계약 추진과 뉴클락시티 내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개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1단계 3500억원…전체 사업은 1조원대 규모

이번 사업에서 주목되는 숫자는 3500억 원1조 원대다. 3500억 원은 뉴클락시티 물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 되는 1단계 사업 규모이며,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사업비는 1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보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수자원공사와 메이닐라드가 추진하는 장기 물 공급·하수관리 프로젝트를 약 148억 필리핀 페소 규모로 발표했다. 올해 2월 제안 검토 단계에서는 약 150억 페소 규모로 소개됐으나, 이후 협상과 평가를 거쳐 BCDA가 OPS를 부여할 당시에는 148억 페소 규모로 제시됐다. 원화 기준 사업비와 현지에서 공개된 페소 기준 금액은 발표 시점과 사업 범위·환산 기준에 따라 표현에 차이가 있어 각각의 발표 기준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뉴클락시티가 대규모 신도시라는 점도 사업 규모를 키우는 배경이다. 장래 약 86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물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상수도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처리와 관망관리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도시 개발이 진행될수록 주거·상업·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물 수요와 하수처리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BCDA 역시 안정적인 물 공급과 하수처리를 뉴클락시티 성장에 필요한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데이터센터처럼 안정적인 유틸리티가 중요한 산업시설을 유치하려면 도시 개발 속도에 맞춰 물 인프라가 먼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물관리 기술 수출과 국내 기업 동반진출도 주목

수자원공사가 이번 사업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부분은 국내에서 축적한 물관리 기술의 해외 적용이다. 필리핀은 지역별 물 공급 여건 차이가 크고 기후 변화에 대응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중요한 국가다. 뉴클락시티 역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상하수도 체계를 도시 개발 초기부터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자원공사는 현지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지하수저류댐과 AI 기반 정수장, 스마트 관망관리 기술을 사업 제안에 포함했다. BCDA 고위급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화성 AI 정수장과 스마트 도시 관련 시설을 살펴본 과정도 있었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OPS 확보를 자사가 제시한 스마트 물관리 모델과 기술 역량을 현지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사업이 최종 계약과 착공 단계로 이어질 경우 국내 물산업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커진다. 대규모 상하수도 사업에는 관로와 밸브, 계측·제어장비 등 기자재뿐 아니라 설계, 엔지니어링, 운영관리 기술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도 사업 착수 시 국내 물산업 기자재와 엔지니어링 기업의 동반진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대 사장은 남은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뉴클락시티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스마트 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물 안보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의 핵심 확인 사항은 필리핀 PPP 절차에 따른 경쟁 제안과 승인 과정, 그리고 최종 계약 체결 여부다. OPS 확보로 수자원공사가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지만 실제 사업 수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남은 법적·계약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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