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 달라졌다, 조기 진단 중요한 이유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증상을 완화하는 단계를 넘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가 도입되면서다. 다만 새로운 치료는 모든 치매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와 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주요 대상이어서 기억력 이상을 일찍 발견하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전보다 중요해졌다.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이학영 교수는 치매를 무조건 숨기거나 뒤늦게 진료할 질환으로 생각하기보다 인지기능 변화가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치료 환경의 변화까지 고려하면 조기 진단은 단순히 병명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를 결정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건망증과 초기 치매, 기억이 돌아오는지 살펴야

나이가 들면서 이름이나 약속을 순간적으로 잊는 경험이 늘었다고 해서 모두 치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 건망증과 병적인 인지기능 저하는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일반적인 건망증은 주변에서 힌트를 주거나 관련된 상황을 설명하면 잊었던 내용을 다시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반면 초기 치매에서는 처음부터 기억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단서를 줘도 내용을 떠올리지 못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억력 이외의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 날짜와 요일을 반복적으로 혼동하거나 익숙했던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평소 문제없이 사용했던 기기의 사용 방법을 잊어버리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행동이나 성격의 변화도 관찰 대상이다. 이전보다 의심이나 짜증이 많아지거나 활동 의욕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 등이 인지기능 변화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6개월 이상에 걸쳐 점차 심해진다면 전문의 상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기억력 저하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인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존재하며 그 가운데에는 치료 가능한 원인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상을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검사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 여부와 원인을 단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치매 진단은 인지기능 검사부터 MRI·원인 검사까지 단계적으로

치매의 조기 진단은 하나의 검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선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기억력과 언어능력, 주의집중력, 판단력 등 여러 인지 영역을 체계적으로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한 총점뿐 아니라 어떤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는지, 검사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함께 분석한다.

이 같은 검사 패턴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을 구분하는 데 필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객관적인 인지기능 이상이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뇌 MRI와 혈액검사 등을 통해 원인 질환을 찾는다.

뇌 MRI에서는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될 수 있는 뇌의 질환이나 변화를 살펴보고, 혈액검사에서는 호르몬이나 영양 상태, 감염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내과적 요인을 확인한다. 기억력 저하가 있다고 곧바로 알츠하이머병 치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원인을 좁혀가는 구조다.

이후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아밀로이드 PET와 같이 뇌에 축적된 이상 단백질을 확인하는 검사가 활용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길게는 약 20년 전부터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축적될 수 있다. 아밀로이드 PET는 이러한 병리 변화를 확인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혈액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이상 단백질을 선별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p-Tau217, p-Tau181, p-Tau231 등이 주요 후보 단백질로 연구되고 있으며, 혈액으로 관련 병리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비용이 높은 PET 검사보다 검사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검사의 상업화가 시작됐고 국내 일부 병원에서도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혈액 기반 검사가 일상적인 진료 과정에서 폭넓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검사 표준화와 보험 기준, 검사 결과 이후의 진료체계 등 해결해야 할 조건이 남아 있다.

레카네맙, 증상 완화 넘어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 낮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기존 경구용 치매 치료제는 뇌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자체를 막는 치료는 아니었다.

새롭게 도입된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뇌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레카네맙은 경구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된다. 초기 치료 과정에서는 2주에 한 번씩 투여하며 18개월 동안 치료한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이 참여한 임상 3상에서는 18개월 시점에 임상치매평가척도인 CDR-SB를 기준으로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인지·기능 저하를 27% 늦춘 결과가 보고됐다.

이처럼 질병 진행 속도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질병조절치료제로 구분한다. 여기서 치료 효과를 질환의 완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미 손상된 인지기능을 모두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개념이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기능 저하의 속도를 낮추는 데 치료의 의미가 있다.

이학영 교수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완치만을 목표로 보기보다 질병이 악화되는 속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행 속도가 늦어지면 환자가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 알츠하이머병만 치료 대상, ARIA 위험도 확인해야

레카네맙이 등장했다고 해서 모든 치매 환자가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동시에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단계에 해당해야 한다.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는 적절한 치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더욱 높였다. 과거에는 치매 여부를 확인하는 데 조기 진단의 의미가 집중됐다면 이제는 진단 시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질병조절치료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 평가도 필요하다. 레카네맙과 같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 과정에서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이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인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치료 전 위험성을 평가하고 치료 과정에서도 MRI를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는 ARIA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치료 여부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레카네맙은 단순히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사용하는 약물이 아니라 질병 단계와 아밀로이드 병리 여부, 환자의 건강 상태와 위험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치료 적합성을 판단해야 한다.

치매 예방과 장기적인 뇌 건강 관리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만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이학영 교수는 40대부터 뇌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약 150~200분의 걷기와 수영,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사회적·인지적 활동을 유지하는 방법이 권고된다.

고혈압과 고혈당, 콜레스테롤과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중에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비롯한 뇌의 노폐물이 배출되는 과정이 이뤄지는 만큼 수면의 질 역시 뇌 건강 관리에서 빼놓기 어려운 요소다.

결국 달라진 알츠하이머병 치료 환경에서 핵심은 치매를 숨기거나 진료를 미루지 않는 데 있다.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에 이전과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학영 교수는 조기에 발견할수록 적용 가능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본인이나 가족에게 기억력 이상이 느껴진다면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극적으로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