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매각 절차가 인수 후보들의 실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태광그룹이 계속해서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매각 절차에는 글로벌세아, 금보개발, 다우기술, 오리온, 이브로드캐스팅, OK금융그룹 등 6개사가 적격 인수 후보군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정해진 기한 안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의 추가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본입찰 진행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매각은 일반 기업 인수합병과 달리 언론사의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매각가격뿐 아니라 편집권 독립과 경영 구조, 인수자의 자격 문제까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중앙일보 노동조합 역시 인수 후보들을 직접 만나 향후 경영 비전과 언론사 운영 계획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16일까지 실사…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획
중앙일보는 연내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숏리스트에 포함된 후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사가 진행 중이며 일정은 16일까지다. 실사를 마친 뒤 본입찰을 진행하고 이달 말까지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앞서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글로벌세아, 금보개발, 다우기술, 오리온, 이브로드캐스팅, OK금융그룹 등 6개사가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적격 인수 후보군으로 선정돼 실사 절차에 들어갔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진행되는 기업 인수합병에서는 인수가격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채권단의 판단이 매각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거래 대상이 언론사인 만큼 단순히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새 대주주가 언론사의 경영과 편집 조직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할지, 기존 언론사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지 등이 매각 과정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일보 노조, 후보 6개사에 편집권 독립 등 10대 원칙 제시
중앙일보 노동조합은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인수 후보들의 자격과 향후 운영 계획을 직접 확인하는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일 노보를 통해 인수 후보 6곳에 공문을 보내고 매각 과정의 이해당사자로서 후보 기업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가 강조한 것은 인수대금 지급 능력만이 아니다. 편집규약 제정과 독립기구 설치, 경영직과 편집직의 겸직 금지 등을 포함한 10대 원칙을 후보 기업들에 제시했다. 언론사의 소유주가 바뀌더라도 편집권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노조는 그동안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매각 절차를 모니터링하고 원매자 후보군을 분석해왔다. 워크아웃 기업의 매각에서는 채권단의 판단과 매각가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조가 직접 매각 상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언론사 구성원들이 새로운 대주주의 경영 방향과 언론관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조건을 요구하는 활동 자체가 매각 과정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조·IT·식품·금융까지…6개 후보가 중앙일보에 뛰어든 이유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기존 사업 분야는 서로 크게 다르다. 제조와 건설, 부동산·레저, IT와 금융 인프라, 식품·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콘텐츠, 제2금융권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중앙일보 인수전에 참여했다.
글로벌세아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에서 출발해 제지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신문사 인수를 통해 용지 소비처를 확보하고 미디어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금보개발은 부동산과 레저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른 영역으로 넓힐 가능성이 주목된다.
다우기술은 키움증권을 모기업으로 둔 만큼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그룹 사업 구조와 미디어 플랫폼 사이의 연계 가능성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리온은 식품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미디어 사업과의 연결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의 참여도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콘텐츠 기업이 전통적인 신문사를 인수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자금 조달 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최근 수천억원대 자산가를 우군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은 기존 대부업 이미지를 벗고 제도권 금융그룹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미디어 분야까지 외연을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후보 기업들의 기존 업종은 서로 다르지만 중앙일보 브랜드와 콘텐츠, 기존 미디어 영향력을 새로운 사업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입찰 안 한 태광, 4000억원 제안…중앙일보는 추가 참여 불가 방침
현재 진행 중인 공식 인수전과 별도로 관심을 받는 기업은 태광그룹이다. 태광은 공개경쟁 입찰 과정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최근까지 중앙일보 인수 의사를 지속해서 나타내고 있다.
태광은 9월 말 중앙일보 노조에 4000억원 투입과 채무 일시상환, 노조가 제시한 10대 원칙 준수, 최고 수준의 급여 등을 제안했다. 조건만 놓고 보면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보여준 셈이지만 공식 입찰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앙일보는 공개입찰 마감 이전 태광 측에도 접수를 요청했지만 태광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예외적인 협상만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다른 인수 후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정해진 기한 안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뒤늦게 매각 절차에 합류하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태광의 접근 방식에 대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정해진 공개입찰 절차 밖에서 별도 협상을 요구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새로운 대주주의 경영 독립성과 소유 구조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예정된 절차대로라면 우선 6개 후보 기업을 대상으로 실사와 본입찰이 진행된다. 태광이 실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생기려면 기존 본입찰이 유찰되거나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결렬되는 등 현재 매각 절차에 변화가 발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앙일보 매각의 당면한 관전 포인트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실사 이후 어떤 후보들이 본입찰까지 완주하는지, 각 후보가 제시할 인수가격과 언론사 운영 계획이 무엇인지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공식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태광의 인수 의사가 향후 매각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변수로 작용할지 여부도 함께 지켜볼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