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산업에 향후 5년간 총 10억 유로,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협력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을 계기로 공동투자와 공동제작을 확대하고 K콘텐츠를 포함한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프랑스, 영화·영상산업에 각각 5억 유로 투자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7일 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에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의장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 협력 이니셔티브’를 선포했다. ‘뤼미에르 파트너십’으로 명명된 이번 협력에 따라 한국과 프랑스는 2027년부터 5년간 각각 5억 유로, 약 8000억원을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한다.
두 나라의 투자액을 합하면 총 10억 유로, 약 1조6000억원 규모다. 투자 협력은 각국의 영화·영상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양국 간 공동투자와 공동제작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파트너십이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AI 시대 영화산업 변화도 정상회의 핵심 의제로
뤼미에르 서밋에서는 단순한 투자 확대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영화·영상산업에 가져오는 변화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디어 환경과 관객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크게 달라졌고, AI 기술 확산 역시 영상 제작과 소비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확산되면서 산업 내 일자리 감소 가능성과 배우의 초상·음성 복제, 저작권과 학습 데이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영화·영상산업 관계자들이 기술 변화를 단순한 위기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뤼미에르 선언’에 저작권·창작 자유 등 15개 원칙 담아
이재명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영화·영상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뤼미에르 선언’도 채택했다.
선언에는 작품의 다양성 보호와 시청각 산업의 경제적 가치 인정, 불법복제 대응,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포용, 창작의 자유, 성별 균형과 안전·포용 증진 등 15개 원칙이 담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가 국가와 창작자, 제작자, 방송사, 플랫폼, 영화관, 비디오게임·기술기업,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 방식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처음 열린 뤼미에르 서밋에는 이탈리아·코트디부아르·남아프리카공화국·폴란드·핀란드 등 각국 문화장관과 국제기구 관계자, 글로벌 영상기업 대표, 감독·배우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창동·전도연 등 만나 K콘텐츠 제작 현장 의견 청취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일정 중 한국 영화·콘텐츠 관계자들과 별도 간담회도 가졌다.
간담회에는 이창동·정주리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전도연·김도연,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성장해온 과정과 제작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이후 김혜경 여사와 함께 마크롱 대통령 부부 및 정상회의 참석자들과 공식 오찬을 가졌으며, 한국과 글로벌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영화·영상 라운드테이블도 주재했다.
넷플릭스·디즈니 등과 K콘텐츠 투자 확대 논의
라운드테이블에는 CJ ENM, 네이버, 넷플릭스, 미국영화협회(MPA), 미디어완 등 국내외 콘텐츠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넷플릭스·디즈니·소니·NBC유니버설 등 MPA 소속 주요 스튜디오와 플랫폼 관계자들도 만나 한미 영상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MPA 회원사들이 매년 1조원 이상을 K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뤼미에르 파트너십이 실제 공동제작과 해외 유통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영화·영상 콘텐츠가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통로도 넓어질 수 있다. 앞으로는 양국이 약속한 투자 규모를 어떤 방식으로 집행하고 공동투자·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